괜스레 마음이 착 가라앉을 때가 있다. 별다른 일도 없고, 마음에 걸리는 말도 없는데 그냥 마음이 울적할 때도 있다. 그런 날이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좋아하는 커피숍에서 라테를 한 잔 산다. 이것만으로도 조금 마음이 풀린다. 같은 집 같은 사람이라도 커피맛이 조금씩 다른데, 우울한 날 유독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마음이 금세 풀리기도 한다. 입으로 얻는 즐거움만큼 마음을 빠르게 기쁘게 하는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난히 커피다 맛이 없거나 텀블러에 커피가 넘쳐흘러 커피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게 되면 이전보다 더 슬퍼지기도 한다.
어쩌지 못하는 커피맛은 제쳐두고 언제라도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걷고 걷고 또 걷는 거다. 무작정 걷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여러 곡 선정해 듣기도 하고 좋아하는 노래 하나만 반복해서 듣기도 한다. 한 번은 가사, 한 번은 멜로디 또 한 번은 좋아하는 구간을 따라 부르며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좀 가라앉는 것이 느껴진다.
‘마음이 울적한지’를 살펴본 후 더 걸을지 집으로 돌아갈지를 정한다. 마음을 곱씹는 순간 한숨이 터져 나온다면 아직 멀었다. 그러면 고관절이 아플 때까지 걷는다.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거의 높은 확률로 몸이 고달프면 슬픔이고 뭐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지친 몸을 달래며 슬그머니 집에 돌아와서는 곧장 샤워를 한다. 뜨거운 물을 틀고 남아 있는 우울한 기분을 더운물에 흘려보낸다. 그렇게 한바탕 씻고 나면 개운해지는데, 평소에 잘 바르지 않던 아끼는 바디로션까지 발라주면 우울한 마음은 사라진다. 대신 ‘역시 향이 좋다’라는 생각을 하며 고생한 몸을 도닥여준다.
이따금씩 찾아오는 우울은 여전히 달갑지 않지만, 이럴 때라도 내 마음을 돌볼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긴다. 맑은 날만 계속된다면, 내 마음은 늘 후순위일 테니 이렇게라도 관심을 가지는 날이 필요하다. 우울이 찾아올 때면 늘 ‘내 마음을 잘 살펴봐야지’하지만, 그때 뿐인다. 그날도 나는 잠자리에 들며 ‘이제 내 마음을 잘 살펴봐야지’ 다짐하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