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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민 Oct 26. 2024

비를 맞으며 걷는 길

출근하려고 눈을 뜨니 주변이 어두웠다. 아직 어둠이 깔려 있는  출근 준비를 하려니 마음이 상했다. 이건   때문. 밖을 나서자 빗줄기가 제법 굵다. 마치 한여름처럼 빗방울이 거세다. 계절을 모르고 내린 비는 달갑지 않다. 게다가 오늘은 월요일. 날씨가 좋아도 출근하기 버거운 날이다. 얄궂게 비까지 내리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후드득 떨어지는 비를 보며 버스를 기다리는데, 초록초록 나뭇잎이 빗방울 때문에 살랑거린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쩔 수 없이 아름답다. 아침에 왜 이렇게 날카로워졌나 했더니 간밤에 잠을 설쳤다. 일요일 밤에는 잠을 설친다. 어제는 늦은 저녁 커피까지 마셨으니 잠이 올 리 없었다. 피곤이 가시지 않은 몸은 더 자길 원했지만, 속세에 묶여 있는 나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 발 내디디면 또 움직여진다. 하기 싫다고 투정 부려도 어느덧 퇴근시간이 목전에 왔다. 기분이 좋다.


단순한 나는 오늘 하루 별 탈 없이 무사히 보낸 것에 기쁘다. 오늘내일 내리는 비는 달갑지 않지만, 비를 한껏 머금고 나뭇잎으로 푸르게 푸르게 변하겠지. 여름의 나뭇잎을 좋아한다. 풍성하고 맑은 초록빛. 딱 여름에만 볼 수 있는 그 싱그러움이 좋다. 비록 봄비라고 내리는 것은 여름비보다 굵고 거세서 가는 걸음을 축축하게 만들지만, 여름을 몰고 올 비라고 생각하니 한결 미운 마음이 사그라든다. 비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라 그저 속절없이 내리는 비만 멍하니 보고 있다. 그런데 실내에서 보는 비는 꽤 낭만적이다.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소리도 좋다. 이 기분은 밖으로 나서는 순간, 사라지겠지. 내일의 비는 가냘프게 내리길 바라며 오랜만에 흐릿한 하늘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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