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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향해 걷는 길

by 박수민 Feb 20. 2025

아무것도 쓰지 않다가 도서관에 와서야 깨달았다. 바쁘다는 건, 정신없다는 건 다 핑계의 말이라는 사실을.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도서관 안에는 배움의 공기가 흘렀다. 책을 여러 권 가져다 놓고 앉아있으려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걷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곳이라 책장 넘기는 소리마저 조심스러웠다.


하필 읽으려고 펼쳐든 책이 슬퍼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그 눈물은 어느새 콧물이 되어 훌쩍거림으로 이어져 황급히 책을 덮어버렸다. 눈물이 많지만, 그렇다고 책 읽는 사람 틈에선 훌쩍일 수는 없기에. ‘집에서 읽자’라며 슬그머니 책을 챙긴다. ‘과연 읽을까?’ 가방에는 미처 다 읽지 못하고 반납기한이 임박한 책 한 권이 있다. 책은 빌려온 날부터 여태까지 말없이 읽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한 심보를 가져서 집에 있는 책, 지금 가지고 있는 책보다는 아직 갖지 못한 책, 새로운 책에 눈이 간다. 다 읽을 것도 아니면서. 자리에 앉아 욕심껏 꺼내 온 책들을 찬찬히 읽어본다. 그리곤 꼭 읽을 책만 담아 가기로 마음먹는다. 지금 가방에 있는 책도 빌려 갈 때는 같은 마음이었다. ‘사람 마음은 늘 변하니까’라는 말 뒤에 숨어 게으른 읽음을 합리화한다. 다 읽지 못한 책이 한 권 더 늘었지만, 책을 고르는 시간 동안은 진심이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어느 날에는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의 결말이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얄궂게도 어느 작가의 어떤 책인지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어서 그저 읽다가 만 책이 되고야 만다. 읽고 싶을 책을 빌리며 다시 한번 마음먹는다. ‘이번에는 꼭 다 읽고 반납해야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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