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은 찬란함
초록빛이 어른어른거리는 찬란한 5월이다. 이런 날에는 아무 일 없이도 기분이 몽글몽글하니 달뜬다. 게다가 어버이날이니 어쩐지 착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릴 적엔 어린이날이 지난 후에 어버이날이 있는 게 이상했다. 왜 다 붙여 놓았을까. 별난 아이였던 나는 어린이날, 나들이 가기 전 꼭 한 번은 혼이 났다. 흐릿한 기억으로는 계절에 맞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옷을 입겠다며 고집부리거나 산발이 된 머리카락을 빗지 않겠다고 떼를 썼던 것 같다. 왕왕 울다가 “뚝 그치면 이따가 까까 사줄게”라는 아빠의 말에 눈물을 멈췄다.
어릴 때 나는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지만)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인 말괄량이였다. 그 곁에서 언니는 얌전히 자랄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런 언니에게 고마운 줄도 모르고 이겨 먹으려다 또 혼이 났다. 받았던 사랑만큼 혼이 났다. 한번은 언니랑 대화하다 “우리 엄마 아빠 진짜 많이 야단쳤는데”라고 했더니, 언니는 “난 너랑 싸울 때 빼고는 혼난 적 없는데”라고 해서 아, 우리는 같은 부모 밑에 나고 자랐지만, 전혀 다른 유년 시절을 보냈구나 싶었다.
모든 둘째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는 질투와 시샘이 많은 아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막내의 역할이랄까. 언니를 챙겨 주시는 엄마 아빠를 보며 질투하는 게 우리 집에서 부여받은 내 역할 같다.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나름의 재롱이다. 엄마 아빠도 아실지 모르지만.
평소에는 전화를 잘하지 않는, 부모님께는 늘 바쁜 딸이지만, 이런 날에는 전화도 하고 용돈도 드린다. 그것만으로 엄마 아빠는 함박웃음을 지으신다. 주는 마음에 비해 돌아오는 마음은 늘 언제나 턱 없이 부족한데, 모자란 마음에도 부모님은 그저 고마워하신다. 잘 자라 주어 고맙다고. 엄마 아빠의 청춘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컸으니 잘 자라야 하는 게 마땅한데, 나는 아직도 내가 어른인지 모르겠다. 그저 몸만 커 버린 사람 같다. 그나마 ‘맞아 나 멋진 어른이야’하고 으스대지 않아 다행이랄까.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어딘가에서 들었는데, 엄마 아빠를 생각하며 부끄럽지 않은 멋진 딸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엄마 아빠를 생각하니 어느새 마음이 바다처럼 넓고 푸르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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