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글 쓰는 데 권태기가 왔다. 글 쓰기 시작했을 때는 너무 재미있고, 여유가 나면 무슨 글을 쓸까 이리저리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왔는데, 언제부터 인지 글은 나에게 노동이 되었다. 아무래도 재미추구형 사람이어서 그럴까, 글도 놓아버리고 그냥 여유 날 때 탱자탱자 노는 것이 더 재밌게 느껴졌다.
글을 왜 쓰는 것인지 회의감이 반쯤 섞인 질문이 맘에 들어왔다. 처음에 글을 쓰는 이유는, 즐거워서였다. 내가 맘에 드는 무언가를 쓰고 나면 뿌듯함도 느껴졌고, 남는 시간에 다른 것을 하느니 글을 쓰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면 반응이 왔고, 그 반응이 달콤했다.
친구들과 같이 새해 목표를 정할 때, 꾸준하게 글쓰기를 목표로 했다. 정확히는, 일주일에 한 편씩 글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그걸 해낼 줄 철석같이 믿었다. 웬걸, 아직 2월인데 펑크를 내버렸다. 브런치 알림도 꺼버리고,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에서 눈을 돌려버렸다.
글을 왜 쓸까? 이 질문이 자꾸 맴돌았다. 글쓰기를 같이 하는 카톡방에서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대화를 했다. 대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현재 처음에 글을 썼던 때와는 마음이 바뀐 것 같고, 이것이 변화의 기로일 수 있다.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생각으로 머리를 채울 것이 아니라, 결국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은 행동이다. 순간순간 드는 마음이 나를 완전히 정의할 수 없다.
이 얘기를 듣고, 내 글쓰기에 대한 의문이 글을 쓰기 싫다, 글이 나에게 부담이 돼 회피하고 싶다는 핑계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감정에 따르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마음 따라 해야 결국 마음이 편한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순간순간 드는 감정은 그 잠깐에 머물 뿐이며, 나의 장기적인 방향은 나의 의지가 정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순간적인 감정이 내가 아니라면, 나는 어디를 향해 가야 하며, 무엇을 마음의 나침반으로 두고 따라가야 할 것인가? 뚜렷한 답은 없는 것 같다. 어떤 때는 나의 양심일 수도 있고, 때로는 나에 대한 믿음, 나의 성실함에 대한 우직한 태도일 수 있겠다. 감정도 나의 일부로, 감정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만, 이것이 내 전부가 될 때 나를 속일 수 있다. 일시적인 감정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면 남는 것이 없지 않을까.
나의 감정은 자꾸 게을러지는 방향으로 흐른다. 사람에게 게으른 것은 본능일 수 있겠다. 사람이 진화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긴박한 상황에 대비해 여유로운 상황에서는 에너지를 아끼는 게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뛰기보다는 걷고 싶고, 걷게 되면 그냥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은가 보다. 그러나 사람은 본능이 전부는 아니다. 내 의견으로는 지성이라는 것이 사람의 가장 큰 능력이며, 지성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지성을 강조했고, 이러한 지성을 따라가는 것이 사람의 올바른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성은 본능대로 살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잡아주며, 무언가를 창조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고, 삶을 다방면으로 풍요롭게 채워가도록 이끈다. 지성과 감정은 사람의 두 다리가 되어 서로 보완하기도, 견제하기도 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결론은, 글쓰기 싫은 마음은 편하고 싶은 나의 감정인 것이고, 이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꼭 감정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아니더라도, 글쓰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 나에게 좋겠다. 나의 또 다른 힘을 기르는 것이고, 나의 지성이 눈 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까 편안함을 거스르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생각과 대화들을 통해 나의 두려움과 마주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동안 나는 글을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 글쓰기에 대한 우직한 책임감에 부합하지도, 아예 안 쓰면서 마음을 편히 먹지도 못한 채,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너무 부담을 갖지 말아야겠다. 이 부담이란, 내가 완벽해서 글쓰기를 포함한 모든 것을 척척 해야 한다는 부담이다. 부담이 자꾸 기어 올라와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고, 질문의 탈을 쓴 핑계로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은 있는 그대로 괜찮다. 글을 쓰고 싶은 대로 쓰고, 나의 지성과 감정이 균형을 이뤄 이끄는 방향대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