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가 에세이가 되는 일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by 김보


에세이를 쓰는 일은 어쩐지 부담스럽다. 독자에게 인생을 송두리 째 바꿀 터닝 포인트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에 작은 동기라도 부여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책을 쓰기로 마음 먹은 순간부터 내 글에 힘이 들어가있는게 느껴진다. 하루에 벌어지는 일상 이야기를 가볍게 써내리다가도 마지막 다섯 문장을 남기고선 우뚝 멈춰서서 으레 ‘우리네 삶도 그렇다’ 하고 우회해본다. 내가 왜 이걸 썼더라,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더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낯설게 글을 보기도 하며, 그렇게 오렌지에서 주스 짜듯 교훈을 내린다.


발행 버튼을 누르고 후-하고 한 숨 내뱉고, 달달달 다리를 떤다. 내 글에 아무 인사이트도 없으면 어쩌지. 내가 내린 정의가 빈틈 많은 그저 일반화면 어쩌지. 그러다 행여 독자가 실망스러운 페이지들이 많아서 영영 덮어버리곤, 책을 산 걸 후회하게 되면 정말 어쩌지, 오만 걱정들을 다 한다. 라이킷 알람이 올 때마다 마음이 따끔하여, 나도 스스로 가장 냉정한 독자가 되어 몇 번이고 글을 다시 읽어본다. 글에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이 어디 있을까 샅샅이 뒤적이다가, 그런데 내 일상은, 내 일상에는 누군가에게 교훈이 될 만한 것들이 있었을까 생각한다. 당장 오늘만 되감아도 너무 허접해서 웃음이 난다. 나조차 금방 덮어버리고 싶은 하루를 살고선 누구한테 동기 부여를 주려고 잔뜩 힘을 줬다니. 나에게 있어 일기가 에세이가 되는 일은 끊임없이 내 하루가 부끄러워지는 일인가 보다. 내가 필사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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