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전국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오랜시간 기록하며 그야말로 히트를 친 작품이 있다. 바로 하완 작가님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당시 광화문 교보문고 매대에서 별도의 섹션을 마련하고 판매할 정도였다. 뉴스에도 나왔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좋은 대학, 좋은 학교, 좋은 연봉을 쫓으며 죽어라 일하고 노력해도 소용없다라는 요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좌절감과 배신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내용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내게는 썩 공감이 가지 않는 내용이었다. 당시 워낙 히트를 친 작품이기도 했고 서점에서도 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있기 때문에 한번 읽어볼 법도 한데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다. 2018년이면 내가 이제 막 대학원을 졸업하고 운좋게 원하던 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해였다. 그 때 나는 세상 꿈에 부풀어서 온갖 포부를 안고 일에 대한 열정이 200%에 달하고 있을 시기였다.
생각지도 못 한 좋은 회사에 들어간것도 한 몫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게 과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국제개발협력이라는 한가지 꿈을 바라보며 전공공부 외에도 여기저기 교육프로그램을 찾아다니고 에티오피아로 해외 인턴을 하며 요즘말로 소위 갓생을 살면서 치열하게 20대를 보내긴 했어도 한국의 좋은 회사에서 일 할거라 막연하게 상상만 했지 (문제는 한국회사 중 가고 싶은 곳이 없어서 졸업이 다가올 때 즈음부터 고민이 시작됐지만) 글로벌 레벨에서 이정도로 네임밸류 있는 회사에 들어갈거라곤 생각지 못 했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회사생활. 그러나 회사는 회사였다. 열정가득했던 나도 점점 식어가기 시작했다. 일을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서 주변 한국인들을 둘러보니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공부까지 국내에서 한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 사실은 3년 넘는 기간 동안 일하는 내내 언제나 내 뒤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영어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내가 영어가 모국어인 여러 국적의 동료들과 일하면서 마주하는 피로감, 날고 뛰는 스펙을 자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집안, 학벌, 외모 뭐 하나 특출 나게 잘난 것 없는 내가 가지는 자격지심, 뭐라도 나만의 강점을 찾아야는 겠는데 자꾸 모자란 내 자신만 마주할 때의 초라함.
이렇게 열심히 달려왔는데도 내 앞에는 언제나 또 해치워야하는 벽이 있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어영부영 나는 서른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