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마음들
두꺼운 옷 아래 숨겨졌던 건,
내 추위보다 깊은 그리움이었다.
-외투-
겨울이 오면 사람들은 점점 더 두꺼운 옷을 꺼내 입는다. 바람이 매서워질수록, 옷깃을 여미는 손길은 더 조심스러워지고, 따뜻한 무언가를 찾는 눈빛은 더 간절해진다. 하지만 때로는 아무리 두꺼운 외투를 걸쳐도, 마음 한편에 스며든 차가운 공기까지 막을 수는 없다.
어느 날 문득,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외투가 단순한 방한의 도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추위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더 깊은 감정을 숨기기 위한 것은 아닐까. 바람이 스며들까 봐 단단히 여민 옷깃처럼,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 공허함을 가리려 애쓰고 있었던 건 아닐까.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함께 걸었던 길,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눴던 순간, 내 손을 감싸주던 온기. 그때는 미처 몰랐다. 그 온기가 단순히 체온 때문이 아니라, 나를 향한 따뜻한 마음 때문이었다는 걸. 그리고 지금,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어도 그 온기를 대신할 수 없다는 걸.
두꺼운 외투 아래에 감춰진 건 내 몸의 떨림만이 아니었다. 차가운 바람에 떠밀려 멀어진 인연, 붙잡고 싶었지만 놓쳐버린 시간들, 그리고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그리움도 언젠가는 녹아내릴까. 지금은 외투 속에 숨겨둔 채로 나만 아는 감정이지만, 언젠가 따뜻한 햇살이 닿는 날이 오면, 이 외투도, 이 그리움도 가볍게 벗어던질 수 있을까.
그날이 오면, 다시 따뜻한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그대로 바람이 지나가게 내버려 둘까.
"두꺼운 옷 아래 숨겨졌던 건, 내 추위보다 깊은 그리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