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네 SNS를 넘기다가
문득 손가락을 멈췄어.
너는 그날도 웃고 있었어.
너무 밝게, 너무 행복하게.
마치 하나도 힘든 게 없는 사람처럼.
댓글에는 ‘예뻐’, ‘멋져’, '한번 보자',
그런 말들이 가득했어.
그게 틀린 말은 아니었지.
넌 정말로 행복해 보였으니까.
얼굴에 빛도 났고.
그런데도 나는,
이상하게 목이 메었어.
왜일까.
그 사진을 찍던 바로 그 시간에
나는 네 옆에 있었거든.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기 직전,
너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어.
입술이 바짝 말라 있었고,
눈 밑에는 피곤이 가득 내려앉아 있었지.
미소만으로는 가려지지 않는
무기력 같은 게 얼굴에 비쳤어.
사진 한 장을 찍고 나서
너는 화면을 여러 번 확인했지.
필터를 바꾸고, 각도를 고르고,
웃음의 곡선을 약간 조절하고.
그때 네 표정은
방금 본 셀카 속 사진보다 훨씬 더
진짜 너였는데 말이야.
나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
왜냐면 나는 네가
그렇게까지 ‘괜찮은 사람’처럼 보여야만
안심할 수 있는 세상 속에 있다는 게
속상하거든.
나는 알아.
네가 그렇게 웃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하루였을 거라는 걸.
근데 나는 또 알아.
네가 그 사진을 올리던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나 좀 알아봐 줘.”
그 말을 속으로 외치고 있었을 거라는 걸.
우리 모두 왜 그런 순간이 있잖아.
힘들다고 말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하루.
누군가에게 기대기엔
민폐일까 봐 괜히 더 조심스러워지는 밤.
그럴 때,
사람은 이상하게
더 웃는 얼굴을 남긴다.
그래서 셀카 속 웃음은
어쩌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웃음이 되는지도 모르겠어.
나는 그런 너를
오히려 더 선명하게 기억해.
사진에 남지 않은 순간들,
네가 말없이 견뎌낸 저녁들.
입술을 깨물고 한숨짓던 그 새벽을.
그날 네가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그 옆모습,
한참을 침묵하다가
작게 “피곤하다”라고 내뱉던 말,
그 모든 장면이
내 기억 속엔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어.
그런데 나는
그런 얼굴도 너라는 걸 알아.
네가 행복하게 웃는 얼굴만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나는 바래.
언젠가 네 SNS 속 사진첩에도
꾸미지 않은 얼굴,
그냥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이
조금 더 남겨지기를.
그게 덜 예뻐 보여도 괜찮아.
덜 밝아 보여도 좋아.
나는 그 얼굴도 사랑하니까.
오히려 그런 네가
더 진짜 같고,
더 따뜻하니까.
다음에 우리 사진 찍을 땐,
웃지 않아도 괜찮아.
굳이 얼굴을 꾸미지 않아도 돼.
네가 어떤 얼굴이든
나는 기억할 거니까.
그건 너였고,
진짜 너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