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휴대폰 배터리가 5% 남았다는 알림이 떴다.
언제나 그렇듯 빨간색 아이콘이 먼저 눈에 띄고,
나는 급하게 충전기를 찾는다.
손이 익숙하게 움직인다.
콘센트를 꽂고, 케이블을 연결하고,
그 짧은 순간에도
새 메시지 알림을 확인하고,
뉴스 하나를 더 보고,
날씨 앱을 열어보다가
"아, 충전부터 해야지." 하고
뒤늦게 화면을 꺼둔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젠 너보다 내가 먼저 꺼질 것 같아.'
요즘의 나는
무엇을 하든
늘 휴대폰을 들고 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길을 걸을 때도,
밥 먹으면서도,
심지어 자기 직전까지.
세상과의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확인하고,
계속 대답하고,
계속 뭔가를 보고,
계속, 계속…
그래서 그런지
배터리보다 내가 먼저 닳는 느낌이다.
휴대폰은 충전기를 꽂으면 100%까지 올라가지만
나는 하루를 채워도
어딘가 꺼져 있는 부분이 남는다.
퇴근길 버스에서
배터리가 10% 아래로 떨어지면
괜히 불안해지고,
충전기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마음도 똑같이 방전되어 있었다는 걸
휴대폰 화면을 통해서야 깨닫는다.
'지금, 나도 충전이 필요한 거 아닐까?'
어쩌면 나는
휴대폰을 충전하는 것에만 너무 익숙해져서
정작 내 마음이 방전되고 있다는 걸
의식조차 못 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필요할 땐
언제든 반응해주고,
가만히 놔두면 조용히 쉬는 그 작은 기계가
가끔은 나보다 더 정직하다.
'이제 나, 곧 꺼질 거야.'
라고 분명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내 감정이 5% 정도 남았을 때
나 자신에게. 혹은 누구에게
그런 경고 알림 하나 띄워본 적 있었나?
괜찮은 척,
웃는 척,
멀쩡한 척 하느라
이미 1%인데도
“난 아직 할 수 있어요”
하고 말했던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휴대폰보다 내 마음을 먼저 충전하려고 한다.
가끔은 화면보다 창밖을 보고,
알림보다 내 호흡을 먼저 확인하고,
충전기 대신 커피잔을 들고
그냥 앉아 있어 본다.
그게 대단한 충전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를 다시 켜는 일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젠 휴대폰을 보면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도 고생 많았어.
그러니 우리 둘 다,
조금은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세상이 잠깐 멈춘다고 해서
모든 게 무너지는 건 아니니까!
지금은 꺼지지 않기 위해
잠깐 쉬어야 할 시간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