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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탐색자 Apr 30. 2019

이태원 골목길의 흔들리는 변화 II

'이태원 골목길의 흔들리는 변화 I'에서 상업공간 젠트리피케이션의 특성 및 피해 과정에 따라 이태원 지역에 나타난 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을 살펴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래된 골목길에 위치한 낡은 단독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들이 카페나 레스토랑 혹은 부티크와 같은 상업공간으로 빠르게 변모되어간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간들이 SNS를 통해 핫플레이스로 알려지게 되면서, 이태원을 찾는 유동인구를 증가시키게 되었다. 조용하던 골목길은 핫플레이스를 찾아 헤매는 밀레니얼들로 붐비게 되었고, 이태원의 지가와 건물가는 점점 더 상승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랜 시간 이 골목길을 지켜오던 주민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1. 주민등록인구의 감소

이태원 지역의 주민등록인구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태원 1,2동과 한남동의 경우 전반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태원의 주민등록인구변화 추이를 표로 정리한 것을 살펴보면, 내국인의 감소가 주민등록인구의 변화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을 볼 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 주민등록인구의 변화에 다소 기복이 있지만, 이태원 1,2동과 보광동은 2000년대에 비교하여 2015년에 증가하였고, 한남동은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태원의 주민등록인구변화 추이(2000-2015)


이태원 내국인 주민등록인구 변화


젠트리피케이션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태원 1,2동과 한남동의 경우, 내국인 주민등록인구수는 감소하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가 아직 빠르지 않고 거주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보광동은 내국인 주민등록인구수가 감소, 증가, 감소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 발견된다. 그러나 보광동의 외국인 주민등록인구수는 2005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외국인들이 밀집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태원 2동의 경우에도 2010년 이후 감소 추세에 있던 외국인 주민등록인구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태원 외국인 주민등록인구 변화


2. 외국 음식점과 의류점의 증가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골목길에서 요식업체의 증가는 우리나라의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것을 나타내는 주요한 발생 지표로 간주된다. 서울시의 분석(2016)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이태원과 경리단길의 사업체 종사자 증가자 중 요식업체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92%, 83%에 해당한다. 그리고 음식업 개업신고수는 2015년을 기준으로, 이전 3년 동안 이태원은 86%, 경리단길은 132% 증가하였다.


이태원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진행 정도를 살펴보기 위하여 외국음식점과 의류점 두 가지 사업체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2015년까지 업종의 분포 변화를 GIS(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증감 정도를 분석하였다. 분석 시기는 2000년-2005년, 2006년-2010년, 그리고 2011-2015년의 세 단계로 구분하고 해당 시기에 용산구에 등록되어 운영 중인 사업체 현황자료를 활용하여 지도로 나타냈다.


이태원의 외국음식점과 의류점 업소의 분포 변화 (2000-2015)


외국음식점의 경우, 2000년-2005년에는 이태원역 근처에 집중되어 있지만, 2010년 이후 이태원로를 중심으로 점점 그 밀도와 범위가 확장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11년-2015년에는 경리단길까지 외국음식점의 분포가 확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의류점의 경우에도 외국음식점과 마찬가지로 용산구 내에서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11년-2015년에는 이태원로에서 꼼 데 가르송 길과 한남동 일대까지 밀도와 분포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한남동 골목길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의 1층을 개조한 카페와 부티크점


외국음식점과 의류점의 분포를 비교해보면, 2011년-2015년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주요 발생 지표인 요식업보다 오히려 의류점의 밀도와 분포가 더 많이 증가한 것이 발견된다. 따라서 이태원의 경우, 요식업뿐만 아니라 의류점의 증가도 젠트리피케이션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3. 근린시설의 감소

이태원 골목길에 나타난 외국음식점과 의류점의 증가는 오랫동안 이 골목길을 지켜왔던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세탁소나 동네 마트와 같은 근린시설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이태원 골목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근린시설의 감소 추세를 살펴보기 위하여 2000년대 초반부터 2015년까지 세탁업소와 미용업소의 분포 변화를 GIS(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하여 증감 정도를 분석하였다. 분석 시기는 외국음식점과 의류점의 증감 추세를 살펴보았던 것과 같은 시기로, 2000년-2005년, 2006년-2010년, 그리고 2011-2015년의 세 단계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그리고 해당 시기에 용산구에 등록되어 운영 중인 사업체 현황자료를 활용하여 지도로 나타냈다.   


이태원 세탁업소와 미용업소의 분포 변화(2000-2015)


근린시설 중 세탁업소의 경우, 2000년-2005년에 운영되던 곳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감소하여 2011년 이후에는 이태원에서 상당 부분 감소된 것을 알 수 있다. 세탁업소는 주로 단독주택과 다세대 주택의 1층에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음식점이나 의류점으로 업종이 변경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용업소의 경우에는, 2006년-2010년에 전반적으로 감소된 것을 알 수 있고, 특히 보광동 인근에서 줄어드는 것이 나타나지만, 이태원로에서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2011년-2015년에는 이태원에 전체적으로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한 미용업소의 특성상 개점과 폐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으며, 이태원에서 다양한 헤어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2016년 매일경제 신문에서 언급된 이태원의 나이지리아 거리의 명물로 소개되는 레게머리 전문 미용실을 일례로 들 수 있다.

 

한남동 골목길에 위치한 오래된 미용업소


이태원에 나타난 변화는 조용하던 오래된 골목길을 생기 넘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서울의 가장 이국적인 장소에서 외국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음식들을 즐기며, 멋진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다른 어떤 곳에서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한 아이템을 쇼핑하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골목길을 누구보다 오랫동안 지켜왔던 주민들에게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가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마치 2016년 내가 마주한 이태원이 낯설었던 것처럼.


주말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동안, 우리는 종종 이 오래된 골목길이 누군가에게는 매일의 일상을 위한 삶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태원은 서울의 어떤 곳보다 교통이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를 지불하며 거주할 수 있었던 곳이다. 그러나 임대료가 가장 저렴했던 후미진 골목길의 낡은 단독주택 혹은 다세대주택의 1층이나 반지하층은 어느새 가장 인기가 있는 핫플레이스가 되어 버렸다. 이태원 골목길의 핫플레이스를 찾아 헤매는 밀레니얼들의 아우성 속에 골목길에서 흔하게 찾을 수 있었던 세탁소나 동네 마트, 그리고 이곳에서 삶의 둥지를 틀었던 이들은 하나, 둘 골목길을 떠나게 되었다. 


이태원 골목길의 옛 모습을 간직한 그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새로운 '삶'을 시작한 걸까? 


참고문헌

서울시 (2016) 젠트리피케이션 데이터 분석 결과 보고

한나절이면 지구촌 한 바퀴, 한국 속 세계여행 <매일경제>, 2016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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