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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Nov 23. 2023

내가 앉아 있었다_3

다음날 아침 눈이 퉁퉁 부어 눈을 뜨기가 힘들다. 그렇게 대성통곡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몹시 피곤하지만 이상하게 속이 후련하다. 

     

"엄마~" 어느새 일어난 준우가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우리 준우 벌써 일어났어?"

"응 엄마 비가 오네. 나 오늘 학교 빨리 갈래."

"우와 우리 준우가 웬일이야~"

나는 얼른 아침을 준비한다. 준우는 웬일로 "오늘은 책 안 보고 싶어." 하며 얌전히 식탁 앞에 앉아있다. 나와 준우는 여유롭게 아침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아침에 책을 안 보니 등교 준비가 빨라진다. 옷을 준비해 주니 자기가 옷을 주섬주섬 입고 양치질까지 혼자 해버린다. 저렇게 할 수 있는 아이인데…

"오늘 나 혼자 학교에 가 볼래."

"비 오는데?"

"그러니까 빨리 나가서 친구들이랑 빗소리 들으면서 갈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한 번씩 준우한테 언제부터 학교 혼자 갈 거냐고 물어본 적은 있었지만 마음의 준비가 안 됐던 아이였다. 아이는 글은 잘 못 읽어도 엄마의 불안감은 귀신같이 읽는다. 아이들은 갑자기 훌쩍 큰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그럼 오늘부터 계속 혼자 학교 가는 거야?"

"몰라. 오늘 한번 가보고.."     


웃음이 나왔다. 아이가 나보다 낫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 한번 해 봐야지. 엄마도 네가 앞으로 뭐든지 혼자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어볼게. 그렇게 준우는 혼자 집을 나섰다. 독립. 이렇게 아이는 갑자기 독립을 한다. 아들과 나 사이에 꽁꽁 묶여있던 보이지 않는 줄이 한 줄 툭 끊어진 느낌이다. 이제 앞으로 수많은 줄들이 끊어지겠지. 그동안의 불안감은 결국 아이가 아닌 내 마음의 준비가 안 됐던 것이다.     


어제 화장실에서 울다가 한 손으로 눈물을 닦고 소변을 보았다. 그리고 부엌으로 갔다. 없어졌을 거라고 생각한 그 여자는 부엌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나의 뒷모습을 한 여자는 구부정한 모습으로 무언가를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계란... 순간 계란이 생각났다. 우리 몫은 다 먹었지만 껍질을 까지 않은 계란들이 몇 개 있었다. 더러운 바퀴벌레 같은 나. 나는 망설이지 않고 부엌칼을 꺼내 그 여자를 찔렀다. 두 번, 세 번, 네 번.. 정신을 차려보니 식탁 위 계란들이 다 터져있었다. 나는 그 여자를 죽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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