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미 Nov 09. 2023

내가 앉아 있었다_1

오늘도 여느 아침처럼 아이를 깨우기 1시간 전쯤 일어난다. 요새는 날씨가 덥고 습해서인지 밤에도 피곤에 절어있고 아침에도 잠이 금방 깨지 않는다. 몸에 이상이 있나 생각을 하며 뻐근한 몸을 일으킨다. 그래도 준우는 학교에 보내야지. 일어나자마자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시고 바로 계란을 삶는다. 아침은 언제나 삶은 계란과 베이글 혹은 식빵이다. 가끔 여유가 있으면 과일 하나 더 곁들인다. 계란을 삶을 동안 아이 깨울 시간이 되어 방에 들어가 본다. 준우의 자는 모습을 보면 참 깨우기 싫다. 아이의 심기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부드럽게 깨우는 것이 내 육아법 중의 하나인데 너무 아침을 활기 없이 조용하게 시작하는 걸까. 내심 걱정돼서 나중에 육아책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다.  

     

준우는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만화책을 읽는다. 아침 준비가 다 되어도 책 보느라 정신없다. "이러다 또 늦는다. 엄마가 책 넘겨줄 테니 빨리 와서 먹어." 아침마다 하는 레퍼토리다. 책장을 넘겨줄 동안 아이는 아침을 먹고 얼마 후 옷을 준비하러 간다. 어느새 등교 시간이다. "빨리 옷 입자!" 준우의 잠옷 바지를 벗기면서 생각한다. '오은영 쌤이 다 해주지 말라 했는데..' 벗겨만 주고 입는 건 스스로 하도록 둔다. 아직까지 나는 아이와 같이 나가 준다. 가다가 아는 친구를 만나면 둘이서 등교를 한다. 친구를 못 만나는 날에는 학교 앞까지 같이 가준다. 오늘은 다행히 친구를 만났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바로 들어온다. 자유를 느끼며 집에 들어오는데 뭔가 이상하다. 부엌 식탁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 순간 숨이 막히고 식은땀이 등줄을 타고 흘러내린다. 어떤 여자가 구부정하게 앉아 아이가 남긴 아침을 먹고 있다. "누구.."라고 물으려다가 그 여자가 돌아볼까 봐 너무 무서워 안방으로 뛰어들어간다.      


내가 도대체 뭘 본거지? 환영을 본 건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억지로 진정시켜 본다. 아냐 잘못 본 거야. 숨을 고른 뒤 안방을 박차고 나가니 아무도 없다. 한숨을 쉬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기가 허해진 게 분명해. 내가 좋아하는 여름이 다가오는 문턱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거기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다. 정신을 차리고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한다. 손이 떨리는데도 이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아 애써 괜찮은 척해 본다. 기가 허할 때는 무엇을 먹어야 하나. 언뜻 생각난 게 홍삼이다. 얼른 홍삼을 내일 받을 수 있게 시키고 부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밖으로 나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