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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Oct 22. 2023

팀원을 방패로 삼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드라마에서는 팀원들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리더가 등장해서 “내가 책임질 테니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고 말하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런 말을 하는 리더나 그렇게 행동하는 리더를 보는 건 쉽지 않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드라마틱한 일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고, 사실 리더들 역시 회사에서 월급 받는 직장인의 입장이다 보니, 그런 말을 할 입장도 아니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 정도는 팀원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처럼 영웅적인 리더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적어도 팀원의 뒤에서 든든한 뒷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가끔은 팀원을 방패로 삼는 경우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쓴소리를 하기보다 좋은 이미지를 더 중요시하는 리더들의 경우, 자기 대신 쓴소리를 해 줄 수 있는 팀원을 찾아 요청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앞에서 안 좋은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듣기 좋은 이야기만 하시는 분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진짜 속 마음이나 불만 들은 항상 뒤에서 하시며 못 마땅해하셨다. 그러고는 급기야 그런 안 좋은 이야기들을 팀원들에게 대신하라고 강요하시기도 하셨다. 나 역시도 여러 번 리더 분들에게 쓴소리를 요청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리더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하라고 했다.’ 등으로 전달하는 것이 싫어서 적절한 동기와 이유를 찾아서 이야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곤 했다. 왜냐면 그냥 리더의 말을 전달만 하는 건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어떤 리더 분들은 “내가 말했다고 하세요, 내가 하라고 했다고 하세요.”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걸 전달하는 입장에서는 꽤 난감하고 오히려 반감이 생길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기도 하다. 

또 한 번은 분명히 윗사람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리더들끼리는 대화하지 않고 내게만 이야기해서 중간에서 여러 팀을 왔다 갔다 하며 대신 욕을 먹거나 대신 난감한 상황이 생겼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한 번은 그렇게 말을 전하는 과정에서 옆 팀에서 듣고 있던 옆 팀 리더가 나서서 상황 정리를 해 준 적이 있다. 그 리더가 이야기하자 상황은 훨씬 빠르고 명확하게 정리가 되었고, 내게는 그 리더가 영웅과 같은 존재처럼 느껴질 정도로 감사했다. 

결정권자들끼리 이야기하면 이렇게 명쾌한데 왜 자꾸 팀원에게만 나가서 싸우라고 하는지, 그럴 때는 정말 도구가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리더라는 자리가 무겁고 책임이 막중한 자리라는 것은 알고 있고, 신경 쓸 일도 해야 할 일도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세세하게 알고 있을 수 없고, 사실 모든 것을 알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리더의 책임에는 팀원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대단하게 자신의 자리를 내놓으면서 보호하고 책임 지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팀원이 어려운 상황이 있을 때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는 마음, 팀원의 일을 자신의 일이라고 여기는 태도 같은 것들이 리더로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느껴지게 한다. 

예전에 팀에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처리해야 할 사람이 팀원 중 나 밖에 없었을 때가 있었다. 당시 팀 매니저는 내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하며, 본사에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이 하겠다고 하며, 본사에 최대한 나를 보호하면서 후속 조치에 대해 최선을 다해 주는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었다. 그런 리더의 모습에 나는 내가 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내 뒤에는 든든한 내 매니저가 있으며, 무슨 일이 생기면 매니저님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잘 처리할 수 있었다. 이렇듯 리더의 책임감은 어려운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한다. 그 상황에 어떤 행동과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팀원들에게 신뢰를 줄지 실망감을 줄지 판가름되며, 그 짧은 순간의 모습이 긴 시간 동안 팀원의 뇌리에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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