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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 Oct 22. 2023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 주면 좋았을 것을.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은 큰 좌절을 맞이하게 되곤 한다. 내게도 한 번 그런 사건이 있었는데, 때는 코로나 시기였다.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였던 회사이기에 하늘 길이 막힌 그 길고 길었던 코로나 시기는 당연하게도 회사에 큰 어려움이 발생했던 시기였다. 직원들은 일주일에 1일 혹은 2일간 휴업을 해야 했고, 휴업으로 인해 급여도 많이 줄었다. 그래도 강제 휴직이나 사직을 진행하지 않았던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들 길고 긴 코로나가 어서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버티던 때였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회사에서 진행하는 지출이 발생하는 일들은 모두 일시 정지 되었고, 그중에 하나가 승진이었다. 나 역시도 이미 승진 시기를 지나긴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저 크게 바라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전 직원에게 승진 공지 메일이 발송되었고, 어차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메일을 열어 본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는 우리 팀 내 다른 직원의 이름이 있었다. 그 팀원은 다른 회사에서 코로나 직전에 이직한 직원이었고,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가 시작되어 사실상 어떤 큰 업무를 진행하지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직원의 이름이 승진자 명단에 있다니, 놀라움과 충격에 순간 머리가 멍 해졌다. 다시 생각을 다듬어 봐도, 왜 나는 승진자 대상에서 제외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화만 났다. 분노의 대상은 승진한 직원이 아니라 나의 팀 매니저였다. 왜 사전에 내게 이야기해 주지 않았을 까? 사전에 이야기 못 할 상황이라면 승진 발표 후에도 나를 불러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왜 이야기하지 않을까? 코로나라 당연히 팀 내 승진이 없을 것이라 단정한 내가 바보였던 걸까? 나는 무엇이 부족했던 걸까? 혼자 생각해 봐야 답이 나올 리 만무했지만 아무리 해도 생각을 끊어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매니저를 찾아가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내가 회사에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될까 봐 두려웠기도 했고, 말한다고 달라질 것 도 아닌데 굳이 얼굴 붉히는 상황을 만들기 싫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용기 내서 물어봤으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는 되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주변 동료들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승진한 그 직원이 원래 입사할 때 연봉이랑 직급 조건이 맞지 않았는데, 입사 후 1년 이내에 맞춰주겠다는 조건으로 입사한 상황이었는데, 곧바로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시기가 많이 늦춰졌고, 어렵게 승진을 진행해 주는 대신에 다른 팀의 업무까지 서포트하는 조건으로 승진되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분노가 많이 사그라들었고, 조금이나마 마음속으로 미워했던 그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나 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직접 전해 주지 않은 매니저가 야속하게 느껴졌다. 사실 어느 정도 연차도 쌓였고, 매니저와 그래도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런 상황을 내게 직접 말해 주지 않은 것인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그런 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인지, 아니면 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나는 그 계기로 이직을 결심했고, 그렇게 그 회사를 떠났다. 물론 떠날 때도 진짜 퇴사 사유에 대해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겉보기에는 그냥 더 좋은 곳으로 떠나는 모양새로 그렇게 그 사건은 영영 내 마음속에 묻혔다. 아마 당시 나의 매니저가 내게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런 상황이 불편하기도 하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매니저였어도 그런 상황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감정만 다칠 뿐이다. 불편한 상황일수록 어쩌면 솔직하게 정면 돌파하는 게 가장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솔직하게 말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그저 마음을 전달하는 것. 리더가 말하지 않으면 팀원은 마음의 문을 닫을 준비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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