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나 Oct 22. 2023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말해 주세요!

‘알잘딱깔센’이라는 말이 있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라는 뜻인데, 많은 리더 분들이 팀원들에게 내심 바라는 부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리더가 원하는 것을 알아서 잘하기란 팀원 입장에서 쉽지는 않다. 물론 어느 정도 함께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리더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대략적으로 원하는 방향을 잘 이해하긴 하지만, 그 역시도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야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리더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잘 준비해 주세요~” “대략적으로 이런 느낌으로 해 주시면 돼요~”등 모호하게 업무 지시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렇게 지시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리더처럼 보이기 싫어서 혹은 팀원에게 권한을 부여하여 역량을 높여주고 싶어서 등이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권한을 줬으면 팀원을 전적으로 믿고 준비한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하는데, 대부분 결과에 대해서는 마음에 안 들어하는 내색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팀원 입장에서는 사실 그럴 바에는 그냥 세세하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해 주는 것이 더 낫다고 느낄 것이다. 

예전에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팀원 중 한 명이 담당자로 선정되어 진행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리더는 담당자를 지정하면서 준비 사항을 간략하게 이야기해 주었는데, 프로젝트 당일까지 리더는 총 세 차례나 ‘잘하고 있을 거라 믿고 있지만, 준비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했다. 그 상황을 지켜본 나로서는 '그렇게 못 미더운 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 당일에도 무언가 못 마땅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고, 끝나고 나서도 아무런 피드백 없이 그냥 마무리되었다. 그래서 담당 직원뿐 아니라 함께 있던 팀원들 모두 찝찝함만 남긴 프로젝트였다. 

이 상황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사실 담당 직원도 문제가 없진 않다. 당연히 해야 할 중간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겼을 것이다. 지금까지 어디까지 준비되었고,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보고를 몇 차례 했다면 이런 상황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리더 역시 중간보고를 요청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잘 준비 부탁 드린다는 말을 세 번 할 때 한 번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물어봤다면 어땠을 까. 그랬다면 서로 구체적으로 의견을 조율할 수 있지 않았을 까. 

리더는 팀원에게 업무를 맡겼으면 잘해 나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일을 맡기고 나서 관심을 끄고 있다가 결과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나왔을 때가 되어서야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아무리 담당자가 있다고 해도 그 결과에 팀리더가 빠져갈 수 있을까? 사실 팀 프로젝트의 최종 책임자는 팀 리더이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책임도 팀 리더에게 있다. 다만, 모든 업무나 프로젝트를 리더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권한을 조금씩 나눠주는 것뿐이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팀원들이 자신이 맡은 업무에 주도적으로 임하고 어느 정도 책임을 가지고 성공적인 결과로 나아갈 수 있게 항상 도움을 주어야 한다.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우선 리더 본인이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실무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세세하게 알 필요는 없지만, 대략적인 흐름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 느껴지면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에 어떤 프로젝트를 담당할 때, 리더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져서 힘들었던 적이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사람들보다도 이해도가 떨어지는 리더들이 프로젝트 설명회에서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을 하거나 주제와 방향에서 자꾸 어긋난 발언들 덕분에 설명회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당황스러웠었던 적이 있다. 반대로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리더는 사전에 내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면 도움이 될 것 같은 지를 물어보셨고, 설명회 시작할 때 혹은 마지막에 들러서 정확한 메시지만 전달하시고 돌아가시곤 했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 설명회에 대한 짧지만 구체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피드백도 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때 그 리더 분의 행동은 정말 나를 믿고 존중하고 있다는 제스처였고,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입장에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 팀원의 성과는 팀리더의 성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팀원이 자신의 성과를 리더의 공으로 돌릴 수 있느냐, 아니냐는 리더가 얼마나 팀원의 과정에 도움을 주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저 팀원의 공을 가로채는 리더가 될 뿐이다.

이전 07화 애사심이 꼭 필요한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