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칼럼니스트의 진짜 아름다움에 대한 썰 2
1회에서 만나 본 연예인 중에 배우 이영애 씨가 제일 아름다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이유로 촬영 현장에서 어시스턴트의 이름까지 일일이 물어보며 불러주는 친절한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고요. 사실 기자와 인터뷰이로 만난 겨우 몇 시간 동안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실 수도 있을 텐데요. 물론 있습니다.
촬영장에 오기 전에 무슨 안 좋은 일을 겪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부정적 감정 상태를 그대로 안고 들어와 현장에서 뾰로통한 태도를 보이며 타인이 눈치를 보게끔 만드는 경우도 있고요, 마치 ‘어디 얼마나 실력이 좋은 지 보자’는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로 상대방을 주눅 들게 만드는 경우도 있고요, ‘나는 아무 하고나 말 안 해’ 혹은 ‘말 시키지 마’라는 식의 피곤한 기색을 내비치며 현장을 불편한 분위기로 만드는 경우도 있고요.
한 편으로는 그 짧은 만남이 연예인에게는 매우 사무적인 시간이고, 서로 할 일만 하고 헤어지면 그만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의 섬세한 태도까지 평가의 도마 위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들이 잘못됐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적어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살펴보는 저에게 이들은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연예인은 촬영을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감정을 조절하며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고 갑니다. 인터뷰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대개는 다정합니다. 그런데 제가 유독 배우 이영애 씨를 내면이 아름다운 배우로 꼽은 이유는 그 평균치 이상의 친절함을 보여준 거의 유일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촬영 현장에는 진행 기자를 비롯해 사진가, 메이크업, 헤어 아티스트들이 있고,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허드렛일을 보조해주면서 기술을 배우는 어시스턴트를 동반하는데요, 그야말로 현장에서 존재감 없이 묵묵히 일하는 분들입니다. 어쩌면 친절한 영애 씨는 ‘이들이 미래의 주역이 되어 언젠가 다른 위치에서 나와 만날 수 있다’는 것까지 간파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스타가 어시스턴트에게까지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어봐 주는 친절함은 저에게 낯선 장면이었습니다. 그 질문은 과연 진짜 이름이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을까요?
저는 그 질문이 일종의 노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려는 어른의 배려이자 결과물에 대한 조바심에서 벗어난 베테랑의 여유이자 같은 공간에 있는 그 누구도 유령 인간 취급하지 않는 인간적 따뜻함이라고 느꼈습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만남을 경험합니다. 어떤 관계로 만나느냐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서로에게 가장 상처를 주고받기 쉬운 관계가 바로 일로 만난 사이가 아닐까 싶어요. 그 만남은 뚜렷한 목표를 전제로 이루어진 관계이다 보니 그 목표에 충실하는 게 1순위이고, 그밖에는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결과물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그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의 시간 동안 겪었던 사람에 대한 인상은 참 오래가더라고요.
여러분의 경우는 어떤가요?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며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