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취업할 수 있는, 서비스 기획자
@비전공자 환영
기획에는 전공이 없다.
나도 몰랐다. 알 걸 그랬다.
전공이 없다는 건 누구에게나 열려있되, 누구에게나 닫혀있다는 뜻이다. 즉, 회전문 같은 직무다. 그래서 기획에는 경영, 개발, 디자인 등 다양한 출신이 존재한다.
그게 문제다.
내 문턱을 내가 높여야 한다는 것.
비전공자는 누구나 기획자가 될 수 있다.
그럼 문턱이 낮을 땐, 뭘 보고 뽑을까?
열과 성이다. 플러스 IT 지식 조금, 플러스 앱 분석 조금.
할 게 많아보인다고? 아니다. 스마트폰에 박혀 살고 코딩이 필수 교양쯤으로 여겨지는 현대인에겐 절대 무리없는 분량이다.
평소 자주 보던 앱의 불편사항을 문서화하고 개발 언어 몇개만 알아들을 수 있다면.
핵심은 넓고 얕은 지식과 깊고 좁은 열정이다.
서비스 기획을 해보고 싶습니다!
당찬 포부로 어찌저찌 입사는 할 수 있다. 문제는 입사 후다. 들어가기 쉽다고해서 살아남기 쉬운 건 아니다.
회전문에 몸을 욱여넣었던 수많은 기획자들이 문 밖으로 튕겨져 나가는 걸, 나는 너무도 많이 봐왔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에선 기획자 자질을 크게 2가지로 판단한다.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멘탈인지
프로젝트를 이끌 수 있는 통찰력이 있는지
회사마다 차이는 있으나 근간은 '튼튼한 멘탈'과 '앞을 보는 능력'에 있다.
그걸 구인공고에서는 '인사이트'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애매모호한 영어표현으로 퉁친다.
덕분에 사람들은 멋모르고 달려든다.
"움움, 나는 대화하는 거 좋아하구~ 완전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으니까 기획자에 재격이겠다아~"
그런 생각을 했다면 당신, 인사팀이 놓은 덫에 빠진 것이다.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말라. 실수를 부끄러워하면 그것이 죄가 되느니라. -공자
기획자는 죄가 많은 사람이다. 어쩔 땐 존재 자체가 죄일 때도 있다. 어딘가로 가는 길 부터, 자리로 돌아가는 길 까지 모두 가시밭길일 때도 있다.
하지만 발바닥에 가시가 박혀도 웃는 게 기획자다. 가시 방석에 앉아서도 이슈를 정리해야하는 게 기획자다.
그래서 기획자는 비전, 공자다.
사업이나 서비스에 대해 비전을 제시할 수 있고, 온유하고 대담한 공자같은 성품을 지녔다면, 당신도 기획자가 될 수 있다.
반면에 나는 세상 누구보다 완벽한 간장종지다. 기획자라는 큰 직무를 담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쫌생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기획자를 하고 있다. 스스로도 놀랍다.
간장종지도 기획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그건 차차 이야기해보겠다.
그래서, 기획자는 미래를 보면서 성격도 좋아야한다고?
노스트라다무스급의 예언자가 아니라면 이슈를 미리 예측할 수 없다.
기획자는 이런 불안 속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딸깍딸깍 화면설계서를 그리고 끼적끼적 이슈와 요구사항을 정리한다.
그렇게 모은 잡다한 자료로 전쟁같은 회의를 마치고, 온화한 얼굴로 내용을 전달하고, 휴식같은 시간에 또 정책을 정의한다.
세상 모든 관점을 아무리 삭삭 긁어보아도 완벽한 기획서가 탄생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그게 일상이다
까이고 까여서 속살만 남아도 허허실실 웃어야하는 게, 일류 기획자니까.
당신이 구직사이트에서 본 기획자의 필수조건인 '인사이트'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자, 당신. 비전공자인가?
그렇다면 기획자가 되어라. 내가 비켜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