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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오리 Mar 20. 2024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하면 안되는 직업, 기획자

근데 난 하고 있다


명심해라.

당신은 지금 완벽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세상은 디스토피아, 그 자체다.


완벽주의자는 할 수 없는 기획



나는 완벽주의자다. 그래서 미친다.

완벽주의자인 기획자들은 공감할 것이다.


본인의 완벽주의 성향이 기획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완벽하지 않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가야심정은,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빠지는 효녀 심청이를 닮았다.


프로젝트를 수장시키고 싶다는 뜻이다.


 

가끔은 프로젝트를 그냥 물에 빠뜨리고 싶다.


이걸 어떻게 내놓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졸렬하고 조악하고 우습기까지 하다.


그런 수치심이 극에 달할 때, 프로젝트는 짠하고 오픈한다.


짜잔-^! ^ ㄴI 가 만, 든거 ㅇㅑ . (우당탕)

하고.


그럴 땐 잠깐,

평행우주가 존재했으면 한다.


...그랬으면 한다.


어차피 결론은 불만족


아무리 기획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아무리 기획이 만족스럽다고 해도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그렇다. 어차피 결론은 만족스럽지 않다.


명심해라.

당신이 완벽주의자라면

기획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들의 연속이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마라.

네모난 바퀴여도, 자동차는 굴러간다.


세상은 얼렁뚱땅 우당탕탕 어떻게든 굴러간다.


완벽주의자들은 그저 잠시 눈을 감으면 된다.

그 시간이 좀 길어질 뿐이다.


그리고 생각해라.


기획자는 튕겨져나온 돌을 주워담는 사람이라고.

 

길에 떨어진 못난 돌들. 그 돌을 주워담는 순간의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기획자라는 직업이 힘들어질 것이다.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고

완벽보다 불완전을 좋아하는

그런 도전적인 부류가 되어라.


그러면, 당신. 기획자에 아주 적합하다.


그래서 난 기획자를 하기 싫었어


늘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단점만 요모조모 뜯어보는 것처럼

기획서는 보면 볼수록 마이너스다.


그래서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어내듯,

빠르게 소통하고 빠르게 쳐내고 빠르게 결과물을 보고 빠르게 시정하는 방법이,

가장 베스트다.


우선 시도하고, 논의하고, 결과를 보고 판단해라.

그게 좋은 기획, 종국엔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래서 나처럼 게으른 완벽주의자들은

기획자를 하기 쉽지 않다.


앉아서 혼자 고민하고 있을 것이므로.



자, 당신.

도전적인 스타일이라서 기획이 아주 적합할 것 같다고?


아직 기다려라.

완벽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기획에 난관은 많으니까.


프로젝트란, 모두가 참여하는데 아무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결과물의 집합



이것이 내가 내린 프로젝트의 정의다.

프로젝트에는 늘 참여자가 많다.


클라이언트, 혹은 상부나 작업자들까지 모두 합해 수십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여한다.


그들 모두 참여자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요구사항을 발설한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기획을 한다.

 

이전 글에서 누누이 말했듯,

기획은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기획은 당신만의 일이 아니다.


"기획"은 누구나 한다.


그래서 당신이 해야할 건 기획이 아니라.

경청과 정리, 그리고 판단, 정의, 그에 따른 제안이다.


So many 사공, Ship goes 마운틴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눈 앞에 아득하게 펼쳐진 수많은 사공들.


그들은 각기 노를 젓는다.

누구는 북쪽으로, 누구는 남쪽으로.


좌초될 것 같아도 의외로 배는 건재하다.

신이라는 항해사가 있는 한은 그래야한다.


프로젝트는 각기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네비게이션이 달린 배다.


사방으로 길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 앞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뭘지 상상해보라.


"200m 앞에서 좌회전..."

"전방에 방지턱이 있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제한속도를..."

"충돌주의! 충돌주의!"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오는 이 수많은 클라이언트들의 목소리.


듣기만해도 스트레스인가?

 

당신은 이 정보들을 "필요한 것만" 걸러들어야한다.


만약 당신이 이 상황에 처해있다

앞에 펼쳐진 현실과 가장 적합한 네비게이션의 말을 따를 것이다.

그 다음엔, 그 다음 펼쳐진 장면과 가장 적합한 말을 따를 것이고.


그렇다.

기획자는 자신만의 판단 줏대가 있어야 한다.


대라는 건, 특정 상황 판단에 대한 일종의 고집이나 자신만의 기준점이다.


가 말하는 고집이란, 좋아하는 사람 말만 듣고 싫어하는 사람의 말은 듣지 않는 그런 유아기적인 고집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걸 수용하고, 왜 이걸 보류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거를 말하는 것이다.

그 근거가 모든 요구사항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한다.


가령, 어린이 보호구역 아니냐는 질문에

현재 시속 30km라 속도를 늦출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자신이 잡은 '시속'이란 기준점에 대한 명확한 지표가 있어야한다.


이거해줘, 저거해줘, 사람들의 요구는 늘 많을 것이다.


되는 이유와 안되는 이유, 즉 우선순위와 판단의 근거를 나열을 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기획을 하는데 아무도 납득하지 못하는 기획이 나오는 것이다.


우선순위는 어떻게 나열하는지 그건 다음에 알아보도록 하고.



자, 듣기만 해도 흥미진진해보이는가?


그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의 마음으로 기획자해라.


고성능 네비게이션 10개가 탑재된 배의 항해사가 되어라.


너울에 기꺼이 몸을 던질 용기가 있고,

휘청이는 배를 운행할 줏대가 있다면,


기획자, 아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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