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머무른 순간들] 02. 전몽각, <윤미네 집> (1)
한 사람이 카메라를 들게 되는 데에는 수만 가지 계기가 있을 테지요. 단순한 호기심이나 예술적 표현에 대한 욕구, 기록과 증언의 메세지… 그 카메라의 갯수만큼이나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또 어떤 이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되면서부터 카메라를 들기도 합니다.
<윤미네 집>은 전몽각 선생이 당신의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사진으로 담아낸 기록이자 애정의 결과물입니다. 첫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세 남매가 학교에 입학하고, 함께 눈밭을 뛰어놀고, 또 학교를 졸업하고, 한 사람의 어른이 되어 결혼식을 올리기까지의 수많은 이야기가 빼곡히 들어 있습니다. 사진집의 부제 그대로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의 기록인 셈입니다. 또한 새로 나온 판본부터 추가된 <my wife> 챕터는 아내 이문강 여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가늠해보게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사진집은 이 책에 담긴 모든 시간들을 함께 보낸 당신의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합니다(책머리에도 그렇게 적혀 있지요).
사랑하는 이가 생기고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가족을 꾸리고 나면, 그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눈에만 담기에는 아깝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나 봅니다. 많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카메라를 구입하고 자신만의 사진 생활을 시작하곤 하지요. 어쩌면 가족은 가장 보편적이지만 또 가장 개인적인 피사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윤미네 집> 속 사진들이 우리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가 담고 있는 대상이 ‘가족'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가장 '그 사람다운' 사진을 찍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그 사람을 '찍히는 줄 모르게' 찍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그를 충분한 교감과 대화를 통해 형성된 편안한 시공간 속에서 찍는 방법입니다. 전자는 찍히는 사람이 카메라의 존재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에,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 나온다는 점에서 그 사람의 일면을 보여줄 수 있겠지요. 한편 후자는 찍히는 사람이 카메라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지만, 찍는 이를 신뢰하고 있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언뜻 정반대처럼 보이는 두 방법은 결국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핵심은 대상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할수록, 더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게 된다는 것이지요. <윤미네 집>은 그 두 가지 전술을 너무나 적절하게 사용한, 더할 나위 없는 예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전몽각 선생은 단순히 가족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도 최대한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꾸밈없고 편안한 모습을 담고자 했던 것입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진집 속 가족들은 카메라를 전혀 어색해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쪽과 찍히는 쪽 모두가 함께 호흡한 끝에 얻어진 결과물인 것이지요.
혹시 사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선생이 두 가지 전술 중 어떤 것을 사용했을지 상상하며 보는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어린 윤미가 잠든 모습을 몰래 찍은 사진이나, 멀찍이 떨어져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면, 카메라가 그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거리를 두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첫 번째 전술을 사용한 셈이지요. 또 어떤 사진들에는 윤미와 거울에 비친 선생 자신의 모습이 함께 프레임에 담겨 있기도 합니다. 카메라를 보며 천진하게 웃는 윤미의 표정과 카메라에 가려져 살짝만 보이는 선생의 표정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두 번째 전술의 성공적인 예입니다. 이렇게 <윤미네 집>에는 사진의 전과 후를 상상하게 하는 기분 좋은 순간들이 가득합니다.
제가 사진집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사진에 담긴 표정들이었습니다. 그 표정들은 카메라를, 남편이자 아버지인 한 사람을 진정으로 신뢰하고 의지하지 않을 때는 나올 수 없는 표정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할 때 우리는 이런 표정을 짓게 되지, 하고 슬며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사진들이었지요.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각자의 부모님을, 각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Part 2에서 계속됩니다.
진군
@jjinkuunn
ljhspp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