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나는 평소에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은 복잡한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든 하기 전에 고민부터 했다. '이렇게 했을 때 이런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이렇게 해야겠다. 그렇다면 또 이런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고민에 고민이 꼬리를 물고 또 그 꼬리를 물었다. 그렇다 결국 고민만 수없이 하다가 정확한 해답도 없이 처음 생각한 대로 했다. 어차피 답도 없으면서..
결혼 후 사고방식이 변했다. '어차피 답 없어. 열심히 살다 보면 해결될 거야.' 그런데 열심히 살아도 해결되기는 무슨.. 문제들이 계속 생긴다. 대체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 건지. 아빠가 된 후에도 좋은 아빠에 대해서 매일 고민하면서 살지만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저 고민만 많아지는 것 같다.
아들을 낳은 뒤 지금까지 어쩔 수 없이 업무 때문에 집에 없는 날을 빼고는 항상 내가 아들을 씻겼다. 처음에 신생아 때에는 아내가 아이를 씻기다가 놓칠 것이 무서워 걱정하길래.. '내가 할게 걱정 마!'라고 하며 씻기기 시작했던 게 지금까지 내가 씻기고 있다. 퇴근 후 당연한 나의 일이 된 것이다. 이제는 아들이 아빠와 씻는 것을 더 좋아하고 아빠와 함께 밥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하고 아빠와 노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고마운 일이지만 퇴근 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들과 함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들과 친해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아들에게 실수 또는 잘못에 대해 꾸중을 하거나 '그렇게 하면 안 돼! 네가 잘못한 거야!'라며 인상을 쓰고 화를 내거나 했다. 나 자신도 모르게 아들에게 일방적으로 잘못에 대해서만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 꾸중을 해댔고 '그렇게 하면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니? 왜 그렇게 하는 거야?'라며 나만의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며 나의 눈높이로 아들의 눈높이를 강제로 맞추려 했다. 눈물을 흘리는 아들에게 '남자는 우는 거 아니야!'라며 또 다른 잔소리로 아들을 힘들게 했다. 잘못을 하기까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 아들의 말에 한 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었다. 이러한 나의 행동들은 아이가 실수를 두려워하게 되고 실수를 하면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회복 탄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는 사실과 잘못된 부모의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어느 날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데 아들이 장난을 하다가 수저를 떨어뜨렸는데 나를 쳐다봤다. '왜, 나를 쳐다보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후부터 아내가 꾸중을 할 때도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은 교육이 아니구나!' 그 이후부터 나는 아들이 실수하거나 잘못할 때마다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왜 그렇게 했는지 반드시 아들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그 뒤부터 그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자세하게 천천히 설명해 주었고 아들은 본인이 궁금한 것들에 대해서 따라다니며 나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어쩔 때에는 귀찮을 정도로 물어본다. 그래도 절대 짜증 내거나 화를 내서는 안된다. 아이들이 궁금한 것이 많을수록 사고를 많이 한다는 것이고 아이들이 표현을 잘하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며 부모가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으며 설명해주고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면 아이들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고 이는 곧 자존감의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이에게 엄마의 역할과 아빠의 역할이라는 것은 따로 없는 것 같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존중해야 한다.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아빠는 아들을 존중해야 한다. 아빠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다가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