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들과 함께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어린 왕자 책을 보았다. 무언가에 이끌린 듯이 아들에게 "아빠가 이 책 읽어줄까?"라고 물어보며 내심 "네"라는 말을 기대했다. 다행히 아들은 "네~"라고 대답했고 망설임 없이 그 책을 사서 집으로 갔다. 어린 왕자는 안 읽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내가 왜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었는지는 그 책을 아들과 함께 읽으면서 깨달았다. 집안의 가장이라는 위치와 직장생활 속에서 지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는데 그것이 어린 왕자였던 것 같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아무리 힘들어도 어린 왕자 책에 의지 하다니..
어린 왕자의 보아뱀 이야기에 아들과 나는 깊이 빠져들어갔다. 횡설수설하는 듯한 어린 왕자의 말들은 내 마음을 너무도 따뜻하게 해주고 있었고 아들은 뭐가 그리 웃기는지 재미있다며 계속 웃어댔다. 아들을 한참을 바라보았는데 '뭐가 그리 웃긴 걸까?' 아들을 바라보는 나도 계속 웃음이 났다. 참으로 마법 같은 책이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creative museum>
어린 왕자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는데 '어른들도 누구나 처음에는 어린이였어. 하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별로 없단다.' 이 말은 나에게 너무도 깊은 고민을 선물해주었다. 문득 대화마다 동문서답을 해대는 어린 왕자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큰소리로 웃어대는 아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웃으면서 무언가에 재미있어하던 적이 있었나?' 아이들은 어느 곳을 가던지 어느 곳에 있던지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즐거운 것들을 찾아내어 친구들과 시끄럽게 웃어대며 뛰어다닌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다가 금세 휴대전화를 받으며 인상을 찌푸리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메모를 하거나 온갖 손동작을 해대며 누군가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사실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 봐도 내가 어린이였던 적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무엇 때문에 웃었는지 조차도
그저 살아가는 지금이 힘들고 고되기 때문일까? 아니면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난 아이들의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웃음소리와 그 미소를 너무도 사랑한다. 우리 어른들이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어린이였던 것을 추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미소를 우리도 다시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바람이 쉬어 가는 곳>
나는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어린 왕자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어린이였던 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지만, 그건 어른들이 기억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야.'라고..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려줘서 고마워.. 사실은 잊고 살았거든.'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돼도 현재의 밝고 순수한 웃음소리와 미소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잊기에는 너무 아름답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