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요즘 글이 우울해. 내가 우울하니 어쩔 수 없지만. 사람들이 내가 불쌍해 보여서 라이킷을 하나. 브런치 글쓰기 관둬야 될 거 같아. 그냥 좋아서 하는데 갑자기 많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하네. 어떻게 해야 되지? 내가 뭐 하고 있나 싶어.
"자판에 손만 대면 우울하잖아. 신경 쓰지 마.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지. 당신 글 좀 다 우울하던데."
위로인지 타격인지 모르겠다.
2. 밥과 설거지는 디폴트값이야?
여보 오늘은 왜 이렇게 가만히 있어. 잘 도와주더니. 화장실 청소도 맨날 내가 하고 힘들어. 빨래 좀 돌려봐. 세탁기 산 게 언젠데 한 번도 안 돌려봤잖아. 작동법도 모르지?
"밥과 설거지했잖아. 그건 디폴트값이야?"
주중에 맨날 아침하고 저녁 하고 청소하고 빨래 돌리는 것도 디폴트값인데. 내가 더 많이 하는데.
3. 라면 먹자.
신혼 시절 첫째를 임신을 한 상태에서 외출을 하고 와서 너무 힘들었다.
여보 밥 좀 안쳐줄래? 너무 힘들어. 밥만 좀 안쳐줘. 밥은 내가 차릴게.
남편이 잠시 머뭇거린다.
"여보, 내가 밥을 할 줄 모르는데 우리 그냥 라면 먹을래?"
압력솥도 작동 못하는 남편이라니 용궁 구경이 어지간히도 그리운가 보다.
4. 밥 얹었다.
디폴트값 운운한 게 미안했던지 서재로 쓱 와서 말한다.
"밥 얹었다.."
"용궁은 가기 싫은가 보네."
"가고 싶다. 룸살롱인데."
정말 용궁으로 가고 싶은가 보다.
요즘 남편은 저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엄청 노력합니다. 어제 살짝 저한테 이것저것 시키길래 용궁으로 간 남편이 떠올랐는데 막상 쓰려니 별 일화는 떠오르지 않네요. 엄청 다행입니다. 간 큰 남자 시리즈가 한때 유행할 때 남편은 간 큰 남자였는데 요즘은 간이 많이 쪼그라든 거 같습니다. 저러다 병나면 안 되는데 맛있는 것도 해주고 스트레스 안 받게 예쁜 말도 해 주고 잘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