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해. 0미래로.
아침에 스토리크리에이터 선정과 관련된 글을 썼다.
남편의 페이스톡이 울린다.
"왜 그런 글을 써? 그리 자존감도 없어? 사촌이 땅 사니까 배 아파? 아유."
나도 이 나이에 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나 하며 글을 발행하지 말까 하다 썼다. 여지없이 토마토 같은 내 성정을 드러내는 글이었는데 여지없이 한소리를 들었다.
내 글의 검열관 우리 남편.
마음 한껏 약해져서 대답했다.
"그래 나도 망설이긴 했어. 그럼. 글 내릴까?"
"뭐, 이제 와서. 이미 읽을 사람은 다 읽었겠구먼."
그것도 사실이다. 앗... 머리가 아파 온다.
그러면서 나한테 던지는 한마디.
"당신 개명하라고 철학관에서 말하잖아. 아들하고 사이좋아지려면. 이름 못 정해서 힘들어했지? 내가 이름 바꿔줄게. 0 미래."
"왜, 0미래야?"
"당신은 나의 미래니까. 앞으로 좋은 작가가 될 거잖아."
"작가는 무신. 앞이 안 보인다고."
"10년 뒤 내 퇴직이니까, 그때는 되겠지."
앗 이 남자. 아예 나를 노예로, 자기 미래로 부려 먹을 작정이다.
"뭐?? 10년 뒤? 나, 알잖아. 영어 공부도 좀 하다가 그만둬서 겨우 중급 수준에 간당간당, 학교 다닐 때 맨날 내 앞에 1명 있어서 12반이면 전교 석차 12명 안에 들면서도 반 석차는 맨날 2등. 운동은 타고난 능력이 안돼서 아무리 연습해도 안되고. 난 그런 인생이라고. 뭔가 될 거 같으면서 안되고 안되고. 거기다 10년이라고? 나 그렇게 진득하지 못해. 뭔 기대를 해?"
"나는 기대한다. 열심히 해라. 남들 자꾸 보지 말고."
0미래. 앞으로 내 이름이 될 모양이다. 정말 이참에 개명을 해버릴까?
나잇값 좀 해야겠다. 개성대로 사는 시대인데 나잇값의 정의도 모르겠지만. 글에 너무 솔직함이 묻어나서 나도 걱정이 된다. 말과 글은 분명히 다르고 말도 주워 담을 수 없지만 글은 활자화되면 정말 더 주워 담기 힘든데.
나랑 결혼하려고 진득하게 굴었던 남편은 뭐든 진득하게 하는 편이다. 영어 공부도 대학 때부터 하루도 안 빠지고 지금까지 하고 있고, 책도 정말 열심히 읽고 있고, 골프도 열심히 치고.(요건 맘에 안 든다.)
진득함은 닮되, 솔직함은 나도 좀 깊이 생각해 보아야 될 문제이다.
오늘 세 편이나 썼습니다. 작가님들 알람 시끄럽게 울리게 해서 조금 죄송합니다. 며칠 쉬겠습니다. 아들과 좋은 일이 있으면 쓸 거고요. 더운데 건강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