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새해를 시작하며 남편이 같이 걸어주기 시작했다.
남편은 부서를 옮겼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하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다. 우리 남편이 달라졌다.
둘 다 족저근막염이 와 있는 상태라 처음 걷기는 쉽지 않았다. 어느 지점에 오면 걸음이 느려진다.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집에 택시 타고 가고 싶다. 여기 커피숍 들어가서 좀 쉴까? 아 내일은 안 걷고 싶다. 발도 너무 아프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끝까지 걸을 수 있다.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마음 놓일 일이다.
평일은 매일 걷진 못했지만 토, 일은 빠지지 않고 걸어주는 남편이다.
지난 7년의 힘든 시간은 어찌 그리도 내 몸에게만 가혹한지. 매년 1kg씩 몸무게만 차곡차곡 늘려놓았다.
7년. 아이 한 명을 키우면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만큼 키운 시간이고, 10만 번의 법칙에 의하면 3년만 더 보태면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있어 경지에 이를 시간이고, 의복도 어느 정도 낡고 유행이 지나가서 버려야 될 게 하나 둘 늘어나는 시간이다. 83세이신 부모님이 90이 될 시간이다.
그 7년이 훅 지나가버렸다. 아들과의 지난한 싸움과 해결을 위한 노력과 쏟아낸 눈물로 지나가 버린 세월이다. 얻은 건 살밖에 없는 채로. 잃어버린 돈보다 더 아까운 시간이다.
그 7년을 넘기고 남편이 적극적으로 걸어주기 시작했다. 토, 일요일이면 새벽 6시에 깨서 걷고 점심을 먹고 걷고 저녁을 먹고 걸어준다. 자그마치 15km 남짓이다.
젊을 때는 불륜도 아니건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볼까 봐 부끄러워 손도 잡지 않던 남편이 손을 잡고 걸어준다. 처음엔 너무 낯설고 이상했지만 노력하는 남편의 마음이 느껴져 열심히 잡아준다. 여행을 가도 앞서 걷던 남편이 나란히 걸어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눈다. 주로 일방적인 아내의 불평을 듣는 경우가 많지만 남편은 열심히 들어준다.
아마 남편은 지난 시간이 미안할 것이다. 혼자 아이를 키우게 내버려 뒀던 주말부부의 시간, 이사를 왔지만 바빠서 또 돌봐주지 못했던 그만큼의 시간, 천성이 빠르지 못하고 느긋해서 도와주는 데 굼뜬 자신의 모습이 미안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 시간을 바로잡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이 걸어주면서 대화를 많이 해주면서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 내가 남편이 있었던 게 맞는구나 느끼는 시간이다. 장시간을 난 싱글맘이다를 세뇌시키며 생활했다. 주말부부를 할 때 후배가 말했다.
"부장님, 완전 싱글맘처럼 사시네요."
싱글맘 같이 살던 생활이 남편이 같이 걸어주면서 이제 완전한 삶으로 바뀐 느낌이다.
함께 걷는다는 건 마음을 나눈다는 뜻이다. 함께 걷는다는 건 같이 땀을 흘린다는 뜻이다. 함께 걷는다는 건 고생을 같이 한다는 뜻이다. 함께 걷는다는 건 상대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함께 걷는다는 건 마음이 함께 여기 있다는 뜻이다. 함께 걷는다는 건 힘듦을 같이 나눈다는 뜻이다.
함께 걸어주기 시작한 남편도 아마 이런 생각에서 걷기 시작했을 것이다.
남편뿐 아니라 아들도 함께 걷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1월부터 4월까지 함께 걸으며 한 달에 1kg씩 감량했습니다. 남편이 장기 출장을 가면서 5월엔 혼자 간간히 걸었지만 혼자 걷는 건 썩 내키는 일은 아니더라고요. 저녁에 걷기엔 괜스레 무섭기도 하고요. 그렇게 못 걸었더니 다시 3kg이 늘어났네요.
살을 빼는 건 장시간인데 찌는 건 금방입니다.
고통은 오랜 시간인데 기쁨은 잠시입니다.
잠시의 기쁨을 위해서 오랜 시간 노력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의 기쁨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노력하며 사는 게 인간의 삶인 건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거 같습니다.
사랑을 쌓는 건 장시간인데 마음이 돌아서는 건 단기간일지도 모릅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잃지 않도록 하루하루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될 거 같습니다. 아들과의 잃어버린 시간도 지금부터 다시 차곡차곡 사랑으로 쌓아야겠습니다. 언젠가 잠시 기뻐할 날을 위해 차곡 차곡 사랑의 시간을 쌓아나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