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은 읽고 대답도 안 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알람으로 뜨는 브런치 글은 안 읽지만, 카톡으로 보내주는 브런치 글은 열심히 읽는다.
그리고 이런저런 조언을 한다. 때론 신랄한 비판도.
"당신은 나랑 말할 때는 당신의 입장에서만 말해. 그런데 글을 보면 상대방의 입장도 참 잘 고려하고 있어. 배신감이 들어. 왜 나랑 말할 때는 내 입장을 생각해 주지 않는 거지?"
인정한다.
주위 평판에 의하면 나는 토마토 같은 사람이다. 겉과 속이 완전히 똑같은. 속을 잘 숨길 줄도 모르고 기쁠 땐 너무 기뻐하고 속이 상할 땐 속상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물론 이것도 친한 사람에게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말을 잘 섞지 않고 그다지 사교적인 사람은 못되니까.
남편의 말에 약간 뜨끔한다.
말을 할 때는 정말 남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내 감정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글을 쓸 땐 자판을 두드리며 상황을 떠올리다 보면 상대방의 입장을 저절로 생각해 보게 된다. 결코 꾸며내기 위한 작위적인 행위는 아니다. 그냥 생각의 흐름이 내 입장에서 상대입장으로 넘어가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글쓰기이다.
글을 쓰고 한 번 읽으면서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있다. 내 글이 거짓은 아닌지? 객관적인지? 이 부분이 제일 조심스럽다. 거짓말을 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글로 박혀 버리는 생각을 거짓말로 읊어댄다면 살아온 가치관 전부를 뒤집어야 되는 일이니까.
솔직하게 감정을 내뱉고 남편 입장을 순간 생각하지 못하는 나는 진짜 나다.
글을 쓰면서 남편의 입장을 생각하고 상황을 다시 돌아보는 것도 진짜 나다.
둘 다 진짜 나다.
인간이 항상 언행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어디 쉬운 일인가?
어찌 되었든 글을 쓰고 나서 지나간 순간을 생각하며 최소한 글 속의 마음이 되려고 노력하는 진중한 부인이니, 당신의 삶은 내 글쓰기로 인해 오히려 편해질 것이라고 남편에게 말한다.
'당신 삶은 내가 글을 마구 씀으로 인해 편해질 것이니 뭐가 어찌 되었든 응원하렴 남편.'
미안하다. 계속한다. 남편.
당신의 이야기
"카톡의 일방적인 당신의 말은 읽지 않으니, 하고 싶은 말을 브런치로 써 보내. 정제된 말이 오니 나는 그게 더 나아"
남편의 한마디다. 훌륭한 작가가 되어서 하고 싶은 말을 책 한 권으로 건네주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