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과 실랑이가 잦아지면서 눈물 쏟는 날은 수도 없이 많았고, 풀 수 있는 대상은 남편뿐이었다. 엄마한테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무수한 사건들을 지인을 붙들고 이야기하기엔 내가 너무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남편은 물론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남편의 인내력도 한계에 다다른다. 본인도 아들의 그 올바르지 못한 행동들에 화가 치밀고 아들을 훈계하다 보면 가끔 하지 않아야 될 행동도 하곤 했다.
아들은 그 한 두 번의 아빠 행동을 꼬투리로 잡는다. 요즘 아동학대 교육이 너무 잘되어서 아이들은 부모가 때리면 이렇게 응수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있다. 본인의 수 백 가지 행동은 아무런 흠이 되지 않는 듯 여기는 아들을 보면 사람의 천성이란 건 대체 교육과 환경으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걸까 의문이 든다. 교육자임에도.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아들은 너무나 귀여운 아이였다. 엄청나게 예민하긴 했지만. 그 예민함을 유리그릇을 옮기듯 조심해 다루고 잘 어루만지고 보살피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 안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오은영이 아니었던 걸. 후회가 과거를 되돌려 놓지는 않는다.
속마음을 털자면 아들이 미워서 밥을 하기 싫을 때가 많았다. 아들이 누가 봐도 100퍼센트 패륜이라고 해도 될 만큼의 행동을 나한테 하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되갚음은 퇴근을 늦게 하고 저녁밥을 차려주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 엄마라는 역할을 가진 분들이 읽으시면 아무리 그래도 밥을 안 줄 수가 있나 하실 것이다. 욕하셔도 어쩔 수 없다. 충분히 그렇다고 긍정한다. 하지만 내가 낳은 아들로부터 겪는 그 수 없는 눈물 쏟은 날들은 때론 엄마로서 본분을 잊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감히 변명한다.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들의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도리에 어긋난 행동에 소리를 질러서도 안되었고(한 마디 소리를 지르면 험한 말들이 날아왔다.) 훈계를 해서도 안되었고(아들은 어떤 엄마든 할 수 있는 실수들을 끄집어내며 나란 인간에 대한 엄마 자격 부재를 부르짖었다. 예를 들면 이거 하면 뭐 해줄게라는 조건을 걸었던 행동이라든지 너무 속이 상해서 몇 번 손지검을 한 행동들 말이다.) 때려서도 안되었다. 물론 때리면 안 된다.
집안일에 관심도 없던 남편이 어느 날부터 밥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주말 밥 준비는 남편이 다한다.
밥을 해 준다는 건 반찬이 부실하건 종류가 적건 일품식이건 간에 사랑이 담겨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내가 철없는 아들과 마치 철없는 아이의 친구처럼 싸우면서 밥을 안 해주고 버티는 행동을 했던 걸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하는 날은 정말 아들이 죽도록 미웠던 날이다.
왜 이리 못난 엄마인가? 선생이면서 왜 내 아들은 이렇게도 못 키우는가? 난 대체 인생에서 무엇을 배우고 살아왔던 것인가? 대체 인생이란 게 무엇인지 알고 삶을 살아가는 것인가? 온갖 의문을 던지면서 나란 존재가 작아지고 또 작아지던 수많은 날들.
남편은 우선 나를 사랑해서 밥을 한다. 어제저녁 쇠고깃국을 나는 먹지 않았다. 아들과의 7년 다툼은 내 몸무게를 늘려놓았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면 난 김치랑 밥을 우걱우걱 먹곤 했다. 한 그릇 두 그릇.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예전과 비교 못하게 살이 쪄버린 나는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저녁을 굶을 때가 있다. 어제도 그랬다. 남편이 끓인 맛있는 쇠고깃국을 먹지 않았다.
내가 먹지 않는 쇠고깃국을 끓이는 건 남편이 나를 사랑해서다. 아들 때문에 힘든 날 밥하기 싫어하는 내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아들을 위해서라기보단 우선 나를 위해서 밥을 한다. 그리고 또한 아들을 위해서 쇠고깃국을 끓인다. 여기 이사 오면서 매운 걸 못 먹는 체질이 되어버린 아들을 위해서 쇠고깃국의 맵기 조절에 신경을 쓰고 있다.
밥은 사랑 없이 짓기가 힘들다. 밥에 사랑이 빠진다면 돈을 지불하고 먹어야 될 것이다. 사랑의 마음으로 밥을 짓는 남편. 가족을 먹여야 된다는 사랑의 힘으로 없는 살림에 반찬을 이리저리 바꾸며 매일 새벽 깨서 일곱식구의 밥을 짓던 엄마.
사랑이 없으면 어찌 그 고되고 지루한 일을 매일 반복할 수 있으랴. 주어지는 대가도 없는데.
요 며칠 바쁘게 살아서 피곤합니다. 퇴근하고 와서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며
"배고파, 밥 줘."
"응, 지금 몇 시야? 7시야?"
아침인 줄 착각했습니다. 지각을 하게 되었나 싶어 깜짝 놀랐습니다. 잠시 멍하니 있다 정신을 차리고 시계를 보니 오후네요. 급히 밥을 차려줬습니다. 엄마가 피곤해도 본인 목적이 우선인 우리 아들이 언제쯤 철이 들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또 울고 있습니다. 울지 않아야 되는데 말입니다. 약을 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