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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6. 프리미어리그 일정과 유의사항(1)

by FG SYLEE

지난 장에서 너무 많은 내용을 흡수하느라 고생했다. 당신에게 잉글랜드 땅에서 열리는 축구 대회에 리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알려주고 싶었다. 사실 그렇게 메인이 되는 내용들은 아니라 어렵다면 건너뛰어도 좋다. 내가 바라는 유일한 한 가지가 있다면, 당신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리그 일정 변동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 계획을 짰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하지만 이번장과 다음장은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바로 당신이 그토록 직관을 희망할 프리미어리그에 관한 내용이다. 이번 장과 다음 장에서는 프리미어리그의 기본 일정 구조와 주의 사항들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다른 대회들보다도 프리미어리그 일정에 대한 공부는 완벽하게 하길 바란다.


■ 시즌기 VS 프리시즌

전 세계 모든 스포츠 리그에는 시즌기와 비시즌기가 있다. 프리시즌이라고도 불리는 비시즌 기는 새로운 시즌을 대비하는 기간이자, 일종의 휴식기다.


대한민국 프로축구리그 K리그가 3월에 개막해 11월에 폐막하듯(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마무리되면 12월 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일반적으로 8월 중순에 개막해 이듬해 5월 말 폐막한다. 이를 거꾸로 이해하면 프리미어리그의 비시즌기(=프리시즌)는 대략 5월 말부터 8월 중순에 해당한다. 이 기간에는 리그 경기를 포함해 앞선 5장에서 소개한 FA컵, 카라바오컵, 각종 유럽 대항전 모두 열리지 않는다.


당신이 고려해야 할 첫 번째 사항이 바로 이 시즌기와 프리시즌에 대한 이해다. 뭣도 모르고 한여름에 영국에서 축구 경기를 보고자 항공권을 예매한다면, 당신이 볼 수 있는 공식 경기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학생들이 방학 기간을 이용해 유럽축구여행을 고민하는데, 공교롭게도 이 기간이 유럽 축구 리그의 비시즌 기다. 방학에 유럽으로 축구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면 꼭 겨울 기간을 이용하길 바란다.


물론 프리시즌에도 친선 경기는 열린다. 하지만 프리시즌은 말 그대로 시즌 전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전술을 입히는 시험 무대일 뿐. 당연히 시즌 중만큼 선수들의 기량이 나오지 않고, 선수들의 투지 또한 시즌 중에 비해 높지 않다. 부상당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여름 휴식기에는 국제대회가 열리는 경우가 많아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보지 못한다. 이뿐일까? 애당초 프리시즌 경기가 영국에서 열린다는 보장도 없다. 요즘은 상업성을 고려해 다른 대륙으로 이벤트 매치를 치르러 많이 떠나는 추세다. 당장 이달 초 방한한 토트넘만 봐도 2년 연속 한국에 방문하고 있다. 따라서 프리시즌을 주목적으로 영국을 방문하는 것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번외 이야기지만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대회가 끝나고 별도의 휴식 기간을 부여받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시즌 개막 후에도 초반 몇 경기에는 핵심 선수들을 팀에서 못 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국제대회 여부는 8월 말이나 9월 초 영국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반드시 체크하길 바란다.



한편 당신이 영국 축구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면 다음과 같은 난관에 가장 먼저 봉착할 것이다.

1) 언제 가야 하지?
2) 얼마나 오래가야 하지?


나는 당신이 기간을 먼저 정해두고 해당 기간 안에 열리는 경기를 볼 것인지 VS 보고 싶은 경기를 먼저 정해두고 여행 기간을 계획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길 추천한다.


1. 기간을 먼저 정해두는 경우


9월을 가장 추천하기는 한다. 날씨가 그나마 괜찮고 항공권 가격도 나쁘지 않은 시기다. 시즌이 막 개막한 때라 유럽 축구 열기를 느끼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보통 유럽 여행 항공권은 6월 말~8월 말 여름휴가철, 12월 중순~1월 초 연말연시, 3월 중순~4월 초 봄 방학 시즌에 성수기에 진입한다. 반대로 1월 중순~3월 초, 4월 중순~6월 초, 9월 초~11월 말에 비수기에 들어간다. 물론 각 항공사와 예약 시기에 따라 항공권 가격은 유동적이니 단순 참고 자료로서만 확인하길 바란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를 가진 영국은 매일매일 예측하기 힘들 만큼 변화무쌍한 날씨를 자랑한다. 보통 영국 날씨로는 3월에서 10월 사이가 여행 기간으로 가장 추천되고, 그중에서도 5월에서 9월 사이 여행객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 겨울철 비수기에는 선호도가 가장 떨어진다. 하지만 안 좋다고 해도 좋고, 좋다고 해도 안 좋은 게 영국 날씨다. 나는 당신이 축구 여행을 떠나기로 다짐했다면, 날씨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날씨가 좋으면 좋겠지만 날씨는 순전 운이다. 더욱이 축구는 야구처럼 비가 많이 온다고 우천취소가 되지도 않는다. 날씨와 항공권 가격, 축구까지 모든 것을 한 번에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여행객들 선호도가 가장 낮은 1월~2월 영국에 다녀왔다. 그러나 17일 여행 중 흐린 날씨는 일주일도 되지 않았고, 며칠 오지 않은 비도 가랑비 수준이었다. 오히려 쨍쨍한 날이 더 많았다. 리그 역시 어느 정도 순위표 구도가 잡힌 상황이라 상위 구단들 간 경쟁도 볼거리였다.


이밖에 크리스마스 전후 박싱데이가 열려 영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12월 말, 유럽 대항전 토너먼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월, 시즌 막바지 과열된 리그 분위기와 경쟁 구도를 조망할 수 있는 봄철도 여행 기간으로 추천한다.



2. 경기를 먼저 정해두는 경우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는 경우 이런 방식으로 계획을 짜는 경우가 많다. 코리안 더비 등 한국인 선수 위주 경기를 관람하고자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경기를 먼저 정해두는 경우라면 지난 5장 내용을 꼭 정독하길 바란다. 시기만 맞다면 당신이 영국에서 볼 수 있는 경기는 무지하게 많다.

전체일정.png 24/25 영국 축구 일정 총정리

위 사진은 지난 5장에서 소개한 24/25 시즌 잉글랜드에서 열리는 다양한 대회별 일정을 하나로 정리한 표다. 당신이 직관을 희망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다면 해당 팀이나 선수가 참여하는 대회가 무엇이며, 언제 경기가 열리는지 대략적으로 먼저 파악하길 바란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 24/25 UEFA 챔피언스리그 참가팀: 맨체스터시티, 아스날, 리버풀, 아스톤빌라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 24/25 UEFA 유로파리그 참가팀: 토트넘핫스퍼,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 24/25 UEFA 유로파컨퍼런스리그 참가팀: 첼시


한국인 선수가 뛰고 있는 잉글랜드 축구 리그별 간단한 특징을 남겨보도록 하겠다.


[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 개막: 8월, 폐막: 5월

2. 참가팀: 20팀

3. 경기 수: 38경기

4. 한국인 선수: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 김지수(브렌트포드), 황의조(노팅엄), 양민혁(토트넘; 겨울 합류 예정)

5. 기타 특징: 박싱데이


[2] EFL 챔피언십 (2부 리그)

1. 개막: 8월, 폐막: 5월

2. 참가팀: 24팀

3. 경기 수: 46경기

4. 한국인 선수: 배준호(스토크시티), 엄지성(스완지시티)

5. 기타 특징: 박싱데이, 시즌 폐막 후 승강 플레이오프


[3] EFL 리그 원 (3부 리그)

1. 개막: 8월, 폐막: 5월

2. 참가팀: 24팀

3. 경기수: 46경기

4. 한국인 선수: 백승호(버밍엄시티)

5. 기타 특징: 박싱데이, 시즌 폐막 후 승강 플레이오프


*참고로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FA컵에는 3라운드부터, EFL컵에는 2라운드부터(유럽대항전에 참가하지 않는 팀만, 유럽대항전 참가 팀은 3라운드부터) 참가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 지역을 묶어 계획해 보자!


런던.png
버밍엄.png
맨체스터 리버풀.png
24/25 프리미어리그 구단 연고지

지역을 묶어 계획을 짜보는 것도 영국 축구 여행을 계획하는 좋은 방법이다.


런던에는 무려 7개의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위치해 있다. 2부 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특히 손흥민과 양민혁(겨울 합류 예정)이 소속된 토트넘과 김지수가 소속된 브렌트포드가 런던을 연고로 하고 있다. 브라이튼도 크게 먼 거리는 아니다. 계획만 잘 짜면 런던에서도 충분히 많은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중부 지역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특히 한국인 선수 경기를 많이 보고 싶다면 좋은 선택지다. (물론 손흥민의 압도적인 인기에 토트넘 경기 수요가 가장 많긴 할 테지만 말이다.) 황희찬이 소속된 울버햄튼과 백승호가 소속된 버밍엄은 매우 가까이 위치한다. 여기에 프리미어리그 클럽 애스턴빌라도 버밍엄을 연고로 한다. 버밍엄 WFC에는 한국 선수 최유리와 조소현도 몸담고 있다.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배준호가 소속된 스토크도 쉽게 갈 수 있다. 레스터, 황의조가 속한 노팅엄과도 부담되는 거리는 아니다. 런던만 관광하는 일반적인 여행객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축구 여행을 경험하고 싶거나, 다양한 한국 선수를 만나보고 싶다면 잉글랜드 중부 지방에서의 풍성한 축구 여행을 추천한다.


맨체스터 중심으로 일정을 짤 수도 있다. 영국 축구의 성지 맨체스터에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시티라는 거물급 두 구단이 위치했다. 바로 옆도시 리버풀에는 역사 깊은 두 구단 리버풀과 에버턴이 위치했다. 이 네 팀 위주로만 일정을 짜도 충분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맨체스터에는 공항도 있으며, 영국 축구 박물관도 있다. 런던으로 들어와 맨체스터로 나가거나 그 반대 일정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관광에 많은 비중을 두고 단거리 이동을 주로 하고 싶다면 런던 위주로, 한국인 선수를 많이 보고 싶다면 중부 지방 위주로, 축구의 역사를 깊게 느끼고 싶다면 맨체스터 위주로 추천한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한국인 선수가 속한 팀이 런던으로 원정 경기를 올 수도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와 후보군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인에게 가장 유리하고 적합한 기회를 찾아보면 좋겠다.


참고로 나는 이 세 선택지 중 런던 위주 일정을 소화했다. 아스날 위주의 계획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지이긴 했지만, 17일 여행 기간 중 토트넘, 아스날, 웨스트햄(2), 풀럼, 브렌트포드 홈경기를 관람했다. 확실히 런던 위주 여행이었던지라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데 매우 편리했던 기억이 있다.



★ 2주 이상의 여행을 추천한다!

여행을 언제 갈지 대충 정했다면, 얼마나 오래 여행할지도 고민이 될 것이다. 이 부분은 명확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이 축구 여행을 떠나온 경우라면 2주 이상을 권한다.


기본적으로 박싱데이나 컵 대회 일정이 껴있지 않는 한, 구단은 일주일에 리그 경기 하나만 치른다. 그 한경기도 금요일에서 월요일 사이 진행된다. 영국까지 날아와 좋아하는 팀 경기를 보고자 하는데, 한 경기만 보는 건 조금 아쉬울 수도 있다. (물론 이건 개인차다) 게다가 그 한 경기조차 원정경기라면 아쉬움은 배가 될 수 있다. 제대로 된 팬들의 응원 열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홈경기만한 것이 없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2주 이상 일정을 잡은 뒤, 그 전후로 다른 경기 관람이나 관광을 함께 하길 추천한다.


금요일에서 월요일 사이 경기가 진행되다 보니, 최적의 효율을 뽑기 위해서는 목요일에 입국해 화요일에 출국하는 13일 일정을 추천한다. 최소한 두 경기는 볼 수 있으며, 홈경기가 포함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밖에 영국으로 축구 여행을 떠나면 런던 히드로 IN 맨체스터 OUT 혹은 그 반대 항공편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축구의 성지 맨체스터와 영국의 중심 런던을 모두 방문하고자 할 때 효율적인 동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기차로 2~3시간이면 두 도시 간 이동할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 사이 거리보다도 가까운 거리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두 도시를 오가는 게 어렵지 않다. 나 역시 런던으로 입국했지만 중간에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들린 뒤 다시 런던에 돌아왔다. 전혀 번거롭지 않았고, 금방 도착했다. 따라서 공항은 당신의 여행 일정에 따라 적절히 선택하길 바란다.



이번 장에서는 최적의 영국 축구 여행을 계획하기 위해 일정을 어떻게 짜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사실 여행 계획은 전적으로 당신 선택에 달려 있다. 누구 이야기를 맹신할 필요도, 따를 필요도 없다. 참고용으로만 알아두고, 당신의 기호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했으면 한다.


다음 장에서는 프리미어리그 일정을 살펴볼 때 유의해야 하는 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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