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년 7월 7일

삶의 동지

by 나리

저번주 금요일부터 아침산책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미라클 모닝. 특별한 일정 없이 한없이 늘어지는 아침을 타이트하게 붙잡아보려 한다. 그리고 이번주는 제대로 시작해 보는 첫 주다. 미라클 모닝은 나 포함 세 명이 함께한다. 이제는 친구가 된 전 직장 동료와 그 전 직장 동료의 대학친구 그리고 나. 나이가 같다는 것은 강한 연대감을 준다. 그리고 10년 넘게 같은 분야에서 해온 일, 관심사도 마찬가지다. 함께 해온 시간이 길진 않지만 세 가지 공통점 만으로 삶을 연대해 나가고 있다. 기쁠 때보다 고민스러울 때나 의기소침해질 때 더 의지가 된다. 모두 처음 겪어보는 나이이기에 해답보다는 응원으로 답한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현재 프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각자 해오던 일에 대해 고민하고 방향을 결정하는 시기를 겪고 있다. 프리한 삶을 살고 있지만, 시간까지 프리하게 쓰지 말자며 만든 걷기 모임이 바로 미라클 모닝이다. 아침 카톡으로 서로를 깨우고 움직임을 독려하는 우리. 지금 이 순간이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위로의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10여 년간 4군데의 회사를 다녔다. 짧게는 1년도 채 안되게, 길게는 4년 가까운 시간을 한 회사에서 보냈다. 사회에 나가면 친구 만들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운이 좋게도 몇몇의 사람들과 여전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을 하다가도 (분명 이유는 있지만) 무의식 중에 누군가 떠오를 때가 있다. 늘 그렇진 않지만 그 생각을 문자로 연결해본다. 간단히 안부를 묻고 운이 좋으면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떻게 지내?'

'ㅇㅇ 일 때문에 네 생각이 났어.'

'얼굴 보며 이야기 나누니까 너무 좋다.'

그렇게 사람을 만나고 오는 날에는 잠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어느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들었던 말이 기억난다. 사람은 변화와 자극을 좋아하는데, 그 변화와 자극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아닌 다른 사람이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것 중 하나라고 한다. 그들 덕분에 내가 살고 있다.


사람들과 만날 때는 거의 독대한다. 일부러 그렇게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이 여러 명이기는 어려우니까 그렇기도 하다. 50대 50 확률로 내 외향인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나로선 일대일로 만나는 게 최적이기도 하다. 사람을 만나는 건 좋아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단 둘이 만나면 깊이 있는 대화와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좋다. 만나는 사람들 중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나와 만나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고. 어쩌면 그건 나의 고민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걱정스러워하는 부분의 답을 찾기 위해 물었던 것이 그 사람에게 생각할 기회를 준 것이겠지. 혹시나 복잡하게만 만든 게 아닐까 걱정되지만 덕분에 그들도 나로 인해 조금은 살아가는 걸까.


내일은 에어컨 설치하러 기사님이 오기로 한 날이다. 백수인데 에어컨을 사버렸다. 나 너무 럭셔리한 삶을 살고 있는 건가. 그래도 더운 건 참을 수 없으니까 더 적극적으로 일을 구해보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일뿐이다. 내 삶의 동지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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