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일기장이 필요한 이유
이 이야기는 내가 독립하고 1년이 지나고부터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짜 시작은 그보다 훨씬 전,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을 계약한 그 날인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나는 모든 게 불안정했지만, 3년 후엔 독립할 수 있다는 단 하나의 확실한 미래가 있었다. 그리고 3년 뒤, 계획대로 독립했다. 버팀목이 되어줄 회사도 없이 더 불안정해진 채로.
혼자 살기 시작한 이후로 폭풍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일 년이 지나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생활에 익숙해지고 나니 그동안의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졌다. 그때 간간히 끄적거리 일기가 큰 도움이 됐다. 일기 속에서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자유 속에서 행복을 누리기도 하고, 철저히 혼자라는 생각에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여전히 불안한 나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10년 후의 나는 어떨까. 이 일기는 어쩌면 앞으로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경험과 감정을 느끼며 시간을 보내겠지만, 모든 일은 이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여전히 결정하기를 어려워하며 주저하는 내 모습과 끝도 모를 바닥에 내팽개쳐지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삶이 교차하며 흐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보냈던 이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고이 적어 오래도록 이 순간들을 곱씹고 싶었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나의 미래이기에.
이 책의 모든 일들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의 흐름에 따라 순서를 바꾸고 보완하며 다듬어졌다. 그리고 소설을 빙자해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을 담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재배치하고 끼워 맞추는 일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꿈꾸는 완벽한 삶 역시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방향을 찾아 노력하는 삶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완벽하지 않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각자의 미완의 삶을 감사히 맞이하면 좋겠다.
불안한 삶 중에 나에게 맞는 공간을 만나 나는 조금 깊은 사람이 되었다.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가끔은 외롭다 느끼지만 오롯이 혼자 설 수 있는 인간이 된 것 같아 조금 뿌듯하다. 누구에게나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꼭 혼자 사는 집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함께인 집이라도 좋다.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소유하길 바란다. 그 안에서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깨닫고, 하루를 온전히 나로 채울 수 있는 사람으로 나가아기를. 혼자인 시간으로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느끼기를.
불안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