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처절했던 꼬미야스

5.27 월 비

by 이프로

Santillana del Mar-Comillas 22.48km


7:40 출발.

어제의 화창하고 시원했던 날씨가 달라졌다.

오늘 걸은 구간은 24킬로 정도 거리였지만 걷기 시작한 후 비가 계속 내려서 힘들었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순례자들의 일상 패턴은 비슷한 것 같다.

일단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침대를 배정받은 후 배낭과 침낭 등 기본적인 정리가 끝나면 맨 먼저 하는 일은 샤워다.

몸을 씻은 후 하는 일은 옷을 세탁하는 일이다.

아침부터 걸은 몸이라 온몸이 땀에 절었고 햇빛이 강한 날이나 비가 와서 우비를 입고 걸은 날은 땀을 더 많이 흘려 옷에 소금기가 배어 있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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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와 빨래는 가장 간절한 일이면서 동시에 가장 귀찮은 일이기도 해서 나는 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치우기도 하는데 입은 옷을 벗어서 발아래에 두고 샤워를 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머리를 감은 비누 거품이 발아래로 내려와 빨래를 적시고 샤워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빨래가 비벼져서 땀과 때가 묻은 옷이 씼(겨 질 것이라고 믿)기는 것이다.

샤워 후 몸을 말리고 세탁한 옷을 널어 말리는데 햇살 좋은 날은 금방 마르기도 하지만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올 때는 실내에 널거나 침상 주변에 널어둘 수밖에 없다.


여러 명이 축축한 옷을 실내에 널어두니 안 그래도 습기 높은 날, 방 안은 더 눅눅해진다.

이런 날은 다음날 아침까지도 빨래가 축축한 상태로 있기 마련인데 그러면 비닐봉지에 빨래를 담아 그날 도착지에서 말리거나 정 상태가 안 좋으면 건조기에 넣고 돌려야 한다.

하루에 나오는 빨래라 봐야 양말 한 켤레 속옷과 티셔츠 정도라 세탁기 건조기 돌리기가 아깝다.

성별이 같은 일행이 있으면 같이 사용하면 좋지만 상대방이 깔끔한 사람인지 미리 확인하게 된다.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사람도 있고 평소에 지저분한 차림이 일상이 된 사람들과는 옷을 함께 세탁하고 말리는 것을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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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젖은 몸으로 꼬미야스 도착 후 알베르게가 꽉 차있는 모습을 보자니 낭패감으로 긴장이 됐다.

어서 젖은 몸을 닦고 쉬어야 하는데 저 멀리 보이는 알베르게 밖으로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도착해 안의 상황을 보면 마지막 침대까지 다 찼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럴 때면 가슴에서 뭔가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다.


쏟아지는 빗속에서는 방수가 안 되는 휴대폰이 젖을까 저장된 지도를 꺼내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시내를 몇 번씩이나 왔다 갔다 하며 침대가 남은 숙소를 찾아 헤매야 했다.

처음 겪는 난처한 상황이었으나 결국 빈자리가 남은 오스딸을 구해 잘 해결되었다.

점심은 또 치즈와 빵, 과일, 살딘 통조림으로 때우고 저녁은 메누델디아를 먹었다.

파스타로 전채, 치킨 커틀렛 메인,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레모네이드 음료와 먹었다.

무척 오래간만에 뜨거운 요리를 먹으니 뱃속이 뜨뜻해지는 느낌이다.

처절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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