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스페인 내장탕 '파바다 Fabada'의 맛!

6.1 토 맑음

by 이프로

La Isla-Villaviciosa 21.35km


06:00 출발.

어제의 숙소는 숙박 요금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내가 아침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식사를 안 할 거라고 하자 걷다가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싸 놓겠다고 한다.

로비에 내려와 보니 과연 하얀 비닐봉지에 내 이름이 쓰여있다.

나 말고도 조식을 먹지 않고 출발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로비 테이블 위에는 이름이 쓰인 봉투가 여럿 놓여있었다.


11:20 오늘의 목적지 비야비시오사 도착.

알베르게에서 싸준 조식을 먹느라 잠깐 앉았던 걸 빼면 쉬지 않고 왔다.

힘들다.

이렇게 쉬지도 않고 강행군을 하는 이유는 이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중간에 쉴 곳이 없어서이다.

까미노 델 노르떼, 북쪽 길의 특징인데 까미노 중간에 아무런 카페나 바르 편의시설이 없는 구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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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비시오사는 나름 큼지막한 도시였는데 예쁜 식당과 바르가 눈에 띄었고 도시 중앙의 공원도 이뻤다.


도착 후 고생한 나에게 보상을 해줄 요량으로 rex라는 바르에서 와인과 보까디요를 시켜 먹었다.

구글맵에서 추천해 준 가성비 높은 바르였는데 와인을 한잔 더 시키자 맛있는 올리브를 한 접시 가득 주어서 맛있게 먹고도 많이 남아서 싸 달라고 했다.


그래도 오늘 하루는 좀 피곤했다.

알고 보니 나만 그랬던 게 아니라 오늘 대부분 더위와 땡볕에 고생들을 해서 얼굴들이 벌겋게 익어서 들어왔다. 그들 역시 바르도 못 찾고 그늘도 없어서 쉬는 시간 없이 내리 걸어왔다고 한다.

시장을 보러 갔는데 잘 먹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이성을 잃는다.

이것저것 집어 들다가 냉정을 찾고 다시 내려놨는데도 한가득이다.

하지만 오늘 처음 시도해본 아스투리아스 토속 수프인 파바다Fabada 내장탕 캔은 괜찮았다.

우리의 내장탕과 내용물이 비슷한데 거기에 콩과 야채, 순대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맛있다.

이후로도 파바다를 팔고 있는 식당을 만나면 자주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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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심을 했건만 오늘 오전에 덤벙거리다가 양말을 또 알베르게 건조대에 두고 왔다는 사실이 잠시 우울하게 했다.

두 번째다.

이제 바꿔 신을 양말이 없다는 절박함과 양말을 어디서 사야 하나 하고 시내를 돌아다녀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밀려온다.

의외로 알베르게 앞의 스포츠 용품점에서 양말을 팔고 있길래 덥석 샀다.


이제 머지않아 북쪽 길의 갈림길이 나온다.

나와 같이 걷던 일행들은 계속 해안길로 가다가 산티아고로 가는 코스타 길로 대부분 마음을 정한 듯하다.

왜냐하면 길이 그래도 편하기 때문일 듯하다.

나만 프리미티보 길로 가는 것 같다.

프리미티보 길은 산길이 계속 이어져서 힘들다는데 이제까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등짐 지고 걸어가는데 어딘 쉽겠나 결국 도찐개찐일 텐데 하는 마음이 든다.

어쨌든 이 사람들과 이젠 다시는, 혹은 한동안 못 보겠구먼.


저녁때 리사를 비롯한 독일 젊은 친구들이 거하게 부엌을 점령하고 요리를 하길래 내 것까지 챙겨주길 내심 기대했는데 민망하게도 그들은 그럴 마음이 없다.

자기네들끼리 독일어로 편하게 대화하는데 내가 끼면 영어를 사용해야 하니 번거로웠을 듯.

서운했지만 쿨한 척하며 소시지와 조리가 된 돼지고기를 사다가 상추, 토마토와 함께 와인을 마셨다.

싱싱한 상추가 맛있어서 반은 다른 순례자를 위해서 남겨두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다 먹어버렸다. 덕분에 와인도 한 병을 다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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