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프리미티보의 동행들

6.3 월 오전에 잠깐 비, 개임

by 이프로

Pola de Siero-Oviedo 17.61km


6:45 출발. 거리가 짧아 일찍 도착했다.

오늘로 그간의 도보 이동 거리가 500km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완전히 프리미티보 구간이다.

북쪽 길 내내 보이던 칸타브리아 바닷가도 이젠 안 보이고 굽이굽이 산을 타는 일이 잦아졌다.

몬세라트 타타 아줌마와 오비에도 시내에 들어와서 작별했다.

마음 따뜻하고 웃음 많은 전형적인 스페인 사람.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면 남편과 아들들도 모두 호인인 듯싶다.


어제 알게 된 스위스 가이 요르그와 오비에도 성당을 구경했다.

Oviedo오비에도는 예전 명칭이 살바도르 Salvador이고, 이는 영어로는 Savior, 즉 구원자라는 뜻이니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곳 오비에도에서 레온까지의 구간을 <까미노 살바도르>라고 한다.


유럽 여행이라는 게 어찌 보면 계속해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성당과 고성들을 구경하는 일이라 가톨릭이 아닌 나로서는 웬만해선 감동이 없고 그러려니 한다.

오비에도 성당은 내부에 박물관이 있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릴 때 사용한 수건이라면서 전시를 해 놓았다.

눈과 코 자욱 등 얼굴 윤곽이 어슴프레 묻어 나와 있는데 이런 설명을 읽으며 실소가 나오는 것을 금치 못하겠다.

이 대목에서는 예수님도 내려다보시며 웃으실 것 같다.

‘얘들아, 그만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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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성당 앞에서는 성당의 아름다움을 보기보다는 이토록 힘든 구조물을 짓기 위해서 성직자들과 군주들은 얼마나 많은 노예와 서민들의 재산과 노동력을 착취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고로 대규모 토목공사에는 이런저런 뇌물과 타락한 관료들, 왕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피라미드와 만리장성을 건축하면서 왕들은 더 부자가 되었고 백성들은 고통에 찌들었을 것이다.

4대 강이나 트럼프의 21세기 만리장성이나 내가 보기엔 도찐개찐이다.


성당 안에는 중정 혹은 안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 있었는데 인적이 드물고 호젓한 것이 이 성당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느낌이었다.

요르그와 나는 여기에 앉아서 오던 길에 사 온 체리와 복숭아, 치즈를 꺼내 먹었다.

인생에서 탑 5에 넣을 수 있는 멋진 점심이었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아내와 통화를 하고 느긋하게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어마 무시하게 큰 알베르게였는데 오후 4 시인 오픈까지 시간이 한참 남아서 요르그와 바르에 가서 맥주를 한잔 했다.

수수료가 가장 싼 Liber bank에서 300유로 인출하고 요르그는 빨래방으로 나는 머리를 자르러 시내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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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 바르셀로나 출신 총각과 멕시칸 총각이 우리와 합류하여 바르셀로나의 안내로 오비에도 시내 중심가에 있는 사과와인 시드라 바르로 갔다.

시드라가 주요 특산물인 지역에서 시드라를 전문으로 팔고 있는 거리인데 손을 머리 위로 높이 쳐들고 반쯤은 흘리면서 따라주는 시드라를 공기가 들어가도록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시큼한 맛이 시드라의 특징인데 이맛 때문에 사람들은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저 그랬다.

요르그와 이 청년들과 역시 이 지역 특산물인 치즈 스테이크를 먹으러 레스토랑에 갔는데 양이 어마어마해서 나는 반을 남기고 이 무리들은 다 먹었다.

남은 음식과 바게트 빵을 싸왔는데 다음날 훌륭한 점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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