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화 흐림
Oviedo-Grado 25km
6:20 출발, 13:00 도착.
대성당이 있는 도시 오비에도는 도심 중앙에 백화점과 명품 상가가 줄을 잇는 쇼핑 테마 거리가 있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도시였다.
도심을 빠져나오는 데에 30분 이상이 걸린 듯하다.
어제오늘 계속 마주치는 스페니쉬 친구들 일행이 있었는데 영어를 전혀 못해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하지만 길이 헷갈리는 지점에서는 나에게 주의를 주려는 몸짓도 해주고 힘든 고개에서 쉬다가 만나면 반갑게 엄지를 올려 보이며 ‘부엔 까미노’도 외쳐주었다.
구비구비 산을 넘는 코스에 바르가 하나도 없어서 커피도 못 마셨다.
어제저녁 남은 고기를 싸온 것으로 헤비한 간식 겸 점심을 때웠다.
오늘의 목적지 그라도에는 공립 알베르게가 있는데 침상은 달랑 16개뿐이라 서둘렀는데 스페인 아저씨 1등, 내가 두 번째로 도착했다.
이제껏 소규모의 알베르게를 앞두고 조바심을 쳤는데 따져보니 한 번도 늦은 적 없었고 못 들어간 적 없었다.
꼬미야스에서의 악몽 때문에 늘 베드 걱정을 했는데 이젠 여유 있는 프리미티보 구간이니 안 그래도 될 듯하다.
친절한 자원봉사 호스피탈레로와 호스피탈레라가 우리를 맞아주었는데 미소를 머금고 있는 호스피탈레로에게서 입냄새가 심하다.
여러 사람을 가까이 상대해야 할 텐데 자신은 입냄새를 전혀 모를 것이다.
나에게도 언젠가 입냄새, 노친네 냄새가 나게 될 텐데…
하루 만나고 지나칠 사이에 넌지시 알려줄 수도 없고 모르는 척할 수밖에.
알베르게는 언덕 위에 있는데 아래 마을에 있는 마트에 시장 보러 갔더니 종업원이 나를 보고 한달음에 하던 일을 멈춘 채 다가온다.
이유는 내가 한국인이라서.
한국과 한국인에게 엄청 관심을 보인다.
한국이 이렇게 외국에서 호감을 받게 되는 건 참 신기하고 유쾌한 일이다.
누가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한 걸까. 싸이? 방탄소년단?
한류 붐을 일으킨 장본인들은 아마도 제 몫의 수익은 다 챙겼을 것이다.
마트의 종업원 청년이 권해준 아스투리아 수프 통조림 Callos를 사다가 전자레인지에 돌려 데웠더니 순댓국과 내장탕을 합친 것 같은 얼큰하고 구수한 국물 요리가 되었다.
늦은 오후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렸는데 적절한 메뉴였다.
빨아서 알베르게 뒤뜰 빨랫줄에 널어놓은 내 빨래는 비가 오자 누군가가 실내로 옮겨서 널어 주었다.
이제 이 정도 일로는 감동도 없다.
당연히 나도 내 빨래를 걷으며 다른 사람의 것들을 다 옮겨주었을 것이다.
Callos를 훌훌 마시며 와인과 치즈를 곁들였는데 괜찮았다.
내가 도착한 후 얼마 안 있어서 도착한 요르그는 내 옆 부근의 침상 아래층에 자리를 잡는 것을 보았는데 밤에 보니 내 침상 위의 이층 침상으로 자리가 옮겨져 있었다.
웬일인지 묻자 늦게 도착한 연로한 순례자가 이층 침상에 오르기가 불편해서 마침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요르그에게 양보를 부탁하자 요르그가 선뜻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층 침상이 익숙지 않은 이나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가냘프고 각도도 불편한 계단을 오르내리며 2층에서 자는 것은 불편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어쩌면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나도 서둘러 알베르게에 도착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젊다고 2층 침대가 편하지는 않은 일인데 요르그 참 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