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라 이슬라 보니따!

5.31 금 맑음

by 이프로

Cuerres-La Isla 23.81km


알베르게 측에서 일찍 못 나가게 하니 늦게까지 자려고 비비적 댔으나 새벽녘부터 반수면 상태로 뒤척이다가 6:20 기상했다.

7:30 커피와 토스트로 차려진 조식을 같이 먹었다.

카리스마 여주인은 안 보이고 직원인 듯한 젊은 여성이 뒤치다꺼리를 했다.


파독 간호사님과 얘기를 더 나눌 수 있어서 궁금했던 점들을 들려주셨다.

자신이 아마도 파독 간호사 중 제일 후발주자이고 젊은 편일 것이라면서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겪었으나 결과적으로 독일로 이민 와서 행복했다고 하신다.

힘든 간호사 일을 하시면서 대학을 다니고 하고 싶은 공부를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어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남편 분 역시 광부 일을 마치고 독일 회사에 입사해서 정년까지 마치시고 두 분 모두 풍족한 연금을 받으면서 한국과 독일을 오가시며 안락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는데 남편이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안타깝다고 하신다.

자녀도 모두 잘 키우신 듯. 따님은 독일인과 결혼하여 아프리카에 선교사로 파송을 나가 있다고 하고 아들은 한국 여성과 결혼하여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IMG_6525.JPG


IMG_6526.JPG


8:10 출발.

어제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남아프리카 공화국 부녀를 길에서 만나 어제 얘기를 물으니 다행히 인근 알베르게에 취소분 자리가 있어서 가까스로 입실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딸이 무릎이 아파서 속도가 느려서 인사하고 먼저 떠났다.

비교적 여유롭고 천천히 걸었다.

오늘도 역시 늘 그렇듯이 경치가 압권인 지역을 여러 번 지나쳤는데 바닷가 길을 걷다가 산꼭대기까지 헉헉대고 오르고 또 가파른 내리막을 걷다가 오르기를 몇 차례 반복한 것 같다.


아름다운 해안가 정상에서 한참을 바다와 해안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할머니가 말을 건다.

얼굴을 보니 60대 후반쯤 돼 보이는데 무척 건강하다.

시작할 때는 다리도 아프고 발도 아팠는데 이제는 튼튼해졌다고 웃는다.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손주 얘기를 물으면 간단하다.

금방 표정이 환해지면서 예외 없이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준다.

내가 보기엔 다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 사진인데 아이 설명을 하는 얼굴을 보면 입이 귀에 걸려있다.

‘이렇게 좋은 줄 알았더라면 자식 낳기 전에 손주부터 낳을걸 그랬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손주 사랑에는 동서양이 따로 없는 듯.

IMG_6535.JPG


IMG_6547.JPG


그래도 오늘은 다른 날보다 다리가 덜 아팠지만 적당한 카페와 바르를 찾지 못해 점심과 간식을 도넛 네 개와 콜라 두 캔으로 때웠다.

매일 운동량이 충분하니 음식을 먹을 때 아무런 갈등이 없다.

칼로리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으며 정크 푸드라고 멀리했던 도넛, 콜라, 피자를 입에 달고 살며 너무 달아서 소름이 돋을 정도의 스페인 디저트들도 거침없이 먹어치우며 시럽을 가득 넣은 커피에 베이컨, 소시지도 두 개, 세 개씩 먹는다.


오늘의 목적지는 La Isla 이슬라라는 도시인데 도시 이름이이다.

마돈나가 부른 노래 중 이슬라 보니따아름다운 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마돈나가 부른 것보다는 프랑스 여가수 알리제가 부른 버전이 훨씬 낫다.

IMG_6556.JPG


IMG_6557.JPG


도시명만 섬이지 실제로는 해안가에 있는 도시인데 휴양지라서 유럽 관광객도 많고 일반 알베르게는 아예 없다.

북쪽 길은 이렇게 걷는 도중 알베르게 대신 오스딸 혹은 펜션에 묵어야 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당연히 알베르게보다 요금이 비싼데 시설은 알베르게와 차이가 없는 곳도 있다.


오늘 저녁은 좀 제대로 먹고 싶었는데 휴양지의 식당이어서 인지 가격대가 무척 높았다.

모두들 시장을 봐다가 대충 때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keyword
이전 10화23. 희한한 알베르게 여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