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비디오, 오디오 편집

by 이프로

그림 만드느라 영혼을 갈아 넣고, 통장 잔고까지 탈탈 털어 넣었다. 이제 남은 힘도 없어서 기진맥진이야. 편집은 편집자가 콘티보고 타이밍 잘 맞춰서 붙여주고, 믹싱도 싱크 맞추고 효과음 좀 넣어주면 작품 완성이지, 안 그래?


심혈을 기울여 찍어온 영상이지만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다.

다듬거나 잘라 내거나 색상을 보정해 보고 이런저런 효과와 그래픽 작업도 더해 본다.

아깝게도 사용되지 못하고 버려져야 하는 숏도 발생한다.

적절하고 실감 나는 소리의 배치와 조합도 상품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식재료를 사다가 음식을 만들 때의 경우와 같이 일일이 손질을 해서 다듬어야 하고,

음식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그릇에 먹음직스럽고 보기 좋게 담아내는 상품화 작업을 통해 귀한 구슬을 보배로 만드는 것이다.


남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은 여러 가지 의도와 필요에 따라 두 사람 모두를 멀리서 찍은 숏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담은 숏, 듣고 있는 사람의 표정을 찍은 숏, 또 두 사람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숏,

듣는 사람의 어깨나 신체 일부분을 포함한 이야기하는 사람의 얼굴을 찍은 숏,

두 사람의 주변을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찍은 숏 등 다양한 숏으로 담아낼 수 있다.

그리고 이 숏들이 편집자의 모니터에 펼쳐져 있다. 편집자는 감독과 촬영감독이 찍어 온 이런 일련의 대화 숏을

대화의 내용과 신의 분위기, 감독이 이 신에서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감정,

그리고 다른 신들과 이 신이 어우러져서 일관된 영화 전체의 주제를 담아낼 수 있도록 이리저리 옮겨 보고 자르고 잇는다.

당연하게도, 또 신기하게도 두 사람의 대화신은 숏들을 어떻게 얼마만큼의 타이밍으로 배치하는지에 따라

소름이 돋는 긴장을 더해 주거나 예측이 뻔한 스토리로 전락할 수 있다.

편집 전문가들은 영화의 편집에서 반드시 따라야 할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초보 편집자라면 자신의 영화 편집에 앞서 이 원칙들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에드워드 드미트릭(Edward Dmytryk)은 다음의 일곱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1. 분명한 이유 없이 컷을 하지 않는다.

2. 어느 프레임에서 컷을 할지 결정하기 어려울 때에는 숏을 짧게 자르기보다는 길게 자르는 편이 낫다.

3. 가능하면 동작 중에 커팅을 하는 것이 낫다.

4. 관객은 새로운 정보를 선호한다.

5. 모든 장면의 시작과 끝에는 연기가 진행 중이어야 한다.

6. 정확한 연결보다는 적절한 의미의 전달을 위해 편집한다.

7. 형식보다 본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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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연습-컷의 이해

현대 영화의 편집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반면에, 사람의 눈은 원래의 기능과 상대적으로 느려지게 된

반응 속도에 따른 착시 현상의 확산으로 인해 갈수록 컷에 무감각해지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의식하고 영화를 보지 않을 때에 컷이 바뀌는 매 순간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편집 연습의 차원에서 다른 이들의 영상 편집 타이밍과 리듬을 익힐 필요가 있다.

CF라고 불리는 광고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컷이 바뀌는 순간을 눈여겨본다면 드미트릭이 제시하는

일곱 가지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컷이 바뀔 때마다 박수를 쳐 보면 얼마나 빠르게, 또 얼마나 많은 숏들이 30초 남짓한

광고 영화 한 편에 담겨 있는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어떤 광고들은 상대적으로 컷의 전환이 느리거나 컷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디졸브와 같이 소프트한 방식으로 컷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이들이 결국 짧은 광고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광고 영화의 편집자와 감독은

그런 선택이 소비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어필하여 해당 제품의 매출 신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내렸을 것이다.


영상과 오디오

영화와 동영상에서 관객은 의외로 소리에 민감하다. 뛰어난 영상에 환호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뛰어난 영상에 걸맞은 적절한 사운드가 동반되었을 때에 한한다.

골프 중계나 축구 중계 화면을 유심히 보면 홀컵 주변과 축구 경기장 곳곳에 기다란

원통 모양의 털북숭이같이 생긴 물건이 설치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털북숭이는 바람소리를 막는 데드 캣(dead cat)이라고 불리는 마이크 커버이고,

그 안에는 주변 소리를 모을 수 있는 기능의 마이크가 내장되어 있다.

골퍼의 멋진 퍼팅 샷 뒤에 홀컵에 떨어지는 ‘또로록’ 소리가 빠진 장면이나 스트라이커나 날린 멋진 중거리 슛이

골 망을 가르면서 터져 나오는 관중의 함성 소리가 빠진 골 장면은 ‘죽은 그림’이 된다.

적절하게 그림과 조화를 이루는 오디오가 없으면 아무리 멋진 숏이라도 제값을 하지 못한다.

오디오는 영상을 완성시키고 제대로 조절된 오디오는 영상의 품격을 높인다.


적절한 마이크의 사용

저예산이라는 이유로 영화에 오직 한 가지 종류의 마이크(microphone)만을 사용하면 곤란하다.

마이크란 음파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 주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모든 마이크는 공기 입자의 진동에 반응하는 진동판이 내장되어 있어서 소리를 전류로 바꾸어 주는데,

영화의 다양한 상황마다 적절한 진동판을 갖고 있는 마이크를 사용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녹음할 수 있다.

다이내믹(dynamic) 마이크는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마이크로 노래방에서 사용하거나

뉴스 리포터들이 손에 들고 사용하는 마이크라고 보면 된다.

이 마이크는 비교적 저렴하고 좋은 감도와 주파수를 갖고 있어서 근거리에서 사용할 때 적합하다.

더 좋은 감도와 주파수 특성이 필요할 때는 콘덴서(condenser) 마이크나 일렉트렛(electret) 콘덴서 마이크를 사용한다.

이들 마이크는 다이내믹 마이크에 비해 수음 거리나 주파수 감도가 좋고 당연히 더 비싸다.

마이크에서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사항은 자신이 사용하려는 마이크가 어떤 방향의 소리를 특별히 잘 감지해 내는지에 따른

구분인 지향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크의 지향성이란 어떤 방향의 소리를 잘 잡아내는가를 말하는 것으로 무지향성, 지향성, 초지향성으로 나뉜다.

배우나 출연자의 옷에 꽂아 사용하거나 얼굴에 붙여서 사용하는 라발리어(lavalier) 마이크는 대체로 무지향성이고

지향성과 초지향성 마이크는 마이크의 전면으로 들어오는 소리만을 집중적으로 수음하여 영화 제작에서 자주 사용된다.

녹음이 서툴거나 처음 사용해 보는 리코더나 마이크가 있다면 촬영 전에 다양한 환경에서 녹음 연습을 해 보고

마이크가 어느 정도의 지향성과 감도를 갖고 있는지 미리 파악해 둘 것을 강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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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언스와 룸 톤의 중요성

공음, 즉 룸 톤(room tone)이란 특정한 신의 촬영에서 들리는 이런저런 소리들이다.

공간의 특성과 특별함을 설명한다. 카펫과 흡음용 내장재로 사방이 둘러싸인 녹음실이 아니라면

대개의 실내 공간과, 구조물과 자연 장애물로 가로막힌 공간에서는 발생한 소리가 튕겨 나오는 바운스음이 있다.

이런 바운스 음의 반사 특성에 따라 관객은 공간의 특성과 크기를 이해한다.

북한산의 인수봉 앞에서는 바위에 튕겨져 나오는 소리의 긴 인터벌로 넓은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고,

타일로 둘러싸인 화장실에서는 소리가 마구 튕겨 와서 좁고 울리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공간에서의 촬영이든 녹음부는 촬영이 종료된 후 최소한 1분쯤의 룸 톤을 녹음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때 녹음부는 촬영 때와 동일한 조건을 유지시킨 채 스태프와 배우들이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도록 당부한다.

이렇게 녹음된 룸 톤은 후반 작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운드 자료가 된다.

비디오 편집 시 삽입한 인서트나 컷 어웨이 장면에 룸 톤을 깔아 넣음으로써 같은 로케이션의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고

컷이 바뀔 때 이전 컷과 같은 룸 톤을 사용하거나 배우의 대사 아래에 룸 톤을 깔아서 주변음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그 어떤 장면에서도 소리가 없어서는 안 된다.

이론적으로 소리가 없는 막막한 우주의 공간을 찍은 장면에서조차 ‘우주 같은’ 룸 톤을 만들어 넣어야 한다.

소리가 없는 장면이 나온다면 관객은 스피커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운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가장 크고 어려운 문제는 사운드가 없을 때, 없어졌을 때, 혹은 있기는 하지만 사용할 수 없는 경우다.

이유는 대체로 간단하다. 아무도 소리를 집중해서 듣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항상 헤드폰으로 마이크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를 집중해서 듣고 있어야 하고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소리는

반드시 현장에서 얻어 와야 한다. 자주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문제는 배터리나 사운드 저장 매체인 메모리가 바닥나는 경우다.

늘 예비 배터리를 종류대로 챙기고 메모리도 여유분을 갖고 촬영에 임한다.

또한 동시녹음 시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이나 진동이 마이크에 전달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야외나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에서는 녹음된 소리를 사용할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학생 영화나 저예산 독립 영화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실수는 상업용 음원을 ‘그냥 가져다’ 쓰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상업용 음원을 사용하지 않거나 직접 곡을 만들어 쓰는 것,

혹은 비교적 저렴한 상업용 뮤직 라이브러리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상업용 음원 소유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소유인 음원을 누군가가 무단으로 가져다가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단편 영화로 돈을 버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이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에게 편지를 보내

제작 중인 영화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것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어떤 취지로 사용할 것인지를

공손하게 설명하고 허락을 구하면 의외로 선뜻 허락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무리 선한 의도라 하더라도 무작정 가져다 쓰는 것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모든 영화제의 출품이 저절로 좌절된다.

그 어떤 영화제도 싸이의 힙합 노래나 비틀스의 곡이 별다른 설명 없이 메인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면 결코 입선시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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