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미술, 편집, 사운드
촬영이 안 구해지면 내가 직접 하지 뭐. 내가 뭘 원하는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도 절약되지. 어차피 나중에 편집도 내가 할 거니까 내가 알아볼 수 있도록 콘티도 약식으로 그려서 하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뇌하던 작가가 한순간 막혔던 스토리 아이디어가 풀리면서 일필휘지로 결말까지 써 내려간다.
화가는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 누구와도 만나지 않으며 골방 같은 작업실에 처박혀 나만의 작품세계를 펼치며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작곡가는 잠결에 번뜩 떠오른 악상을 악보로 옮기느라 잠자리에서 일어나 밤새 곡을 쓰고 다듬는 작업으로 새벽을 맞는다.
꿈 깨라.
영화는 이런 식으로 혼자 작업하는 예술이 아니다.
작가에게는 펜이, 화가에게는 캔버스가 필요하다면 영화감독에게는 군대가 필요하다.
영화를 한편 만드는 데에는 여러 전문 분야 스태프들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영화는 혼자 하는 작업이 절대 아니다.
촬영 감독은 최소한 내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촬영 감독으로 또는 촬영부원으로
세 편 이상은 작업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
장차 촬영 감독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그런 사람이 없다면
세 번의 촬영 경험이라도 충족시키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전에 그가 촬영했던 작업 결과물을 미리 확인해서
그에게 카메라와 조명을 맡겨도 내가 원하는 비주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내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그리는 비주얼과 비슷한 그림을 생각하고 있는지 서로 맞추어 봐야 한다.
영화는 결국 그림이다.
그림을 책임지는 촬영감독은 내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머릿속에서 떠올린 그림을 비슷하게 헤아려야 한다.
그게 아닐 경우 감독은 촬영 감독과 시나리오와 각 씬의 감정, 분위기 등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감독은 배우에게 집중하느라 그림은 온전히 촬영감독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촬영 준비 단계인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촬영 감독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시나리오 속 인물과 인물이 벌이는 사건,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촬영 감독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할리우드는 오래전부터 촬영팀이 조명 작업을 겸하는 DP시스템으로 작업해 왔으나 한국에서는
조명팀이 별도로 운영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단편영화 작업에서도 촬영팀이 조명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사용하는 장비가 무겁고 큰 경우가 많아서 팀원이 여러 명 필요하다.
조명 설치는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완료되어야 하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때가 있기 때문에 프리프로덕션 기간에
조명 계획과 리허설을 거쳐서 작업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야외촬영의 경우 태양광에 의존할 때가 많아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을 대비해서 실내 촬영과 일정을 교환할 수 있도록 제작팀과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미술은 어떤 주제의 영화를 하든지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스탭이다.
촬영감독이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낸다지만 미술팀이 좋은 그림의 대상인 배우와 세트를 그럴듯하게 장식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사실 세트의 디자인과 설치, 의상, 헤어, 소품 등 준비해야 할 일이 무척 많은 팀이다.
단편영화 제작 팀에서 유독 사극과 SF물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런 장르의 영화에는 미술 작업에 돈과 인력이 많이 필요해서 일 것이다.
제작할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은 미술팀은 로케이션을 구할 것인지, 세트를 만들 것인지 예산과 제작기간을 감안해서 판단한다.
세트장 촬영은 배우와 스탭에게 안정적이고 편리한 촬영 여건을 제공하지만
세트 제작과 설치에는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므로 심사숙고할 일이다.
대본에 나온 실제 장소에서 촬영을 할 경우 촬영팀과 연출팀과 함께 적합한 로케이션을 찾아서 섭외를 하러 다니는데
이렇게 영화 촬영 장소를 알아보는 것을 로케이션 스카우트라고 한다.
섭외가 비교적 쉽고 우호적인 장소가 있는 반면 쉽지 않은 장소도 많다.
특히 저예산 독립영화에는 선뜻 자신의 장소를 내주는 사람은 별로 없으므로
비슷한 장소를 소유하고 있는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비용을 지불하고 장소를 대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장소가 정해지면 미술팀은 촬영에 적합하도록 가구나 시설물을 재배치하고 추가로 필요한 소품을 설치한다.
배우의 의상과 헤어 등도 미술팀에서 담당하게 되는데
배우의 의상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제작팀은 드물기 때문에 대체로 배우가 갖고 있는 옷 중에
영화와 어울리는 의상을 부탁해서 입고 오도록 한다.
특히 씬이 바뀌면서 연결이 있는 의상의 경우 여벌을 준비하거나 전 씬에서 입던 의상의 상태가 바뀌지 않도록 주의한다.
편집을 맡은 스탭은 촬영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그날의 촬영분이 저장된 메모리 카드 관리와 백업 등도 관리한다.
일단 촬영작업이 끝나면 편집부는 시나리오나 콘티의 순서대로 오케이 컷을 연결하여 순서 편집을 한다.
시퀀스와 씬별로 컷을 다듬고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드러나기 위해
극의 전개 방향을 시간 순서대로 혹은 시나리오대로 할 것인지 판단한다.
어떤 경우에는 극적 효과를 위해 인물이나 사건을 강조하는 순서로 바꾸는 것이
드라마틱한 효과를 잘 살리는 경우가 있다.
편집 담당자는 감독과 상의하며 전체 극의 흐름을 보는 편집을 거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렵기 찍은 분량이지만 들어내어 생략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될 때가 있고
또 어떤 씬은 추가 촬영을 해서라도 씬을 더 부각하거나 분량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완성본을 만드는 과정이므로 다양한 경우를 비교해 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후반 작업에서 필요한 VFX 작업이나 색보정 등이 필요한 경우 그래픽팀과 촬영팀, 연출팀과 협업한다.
사운드 팀은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영화에 사용할 배경음악의 제작이나
사용할 음악을 알아보고 저작권 등의 문제를 선결한다.
사운드팀은 촬영 중 동시 녹음을 진행하고 틈틈이 후반 작업에서 사용할 룸톤과 주변음을 녹음해 둔다.
사운드는 비주얼로 승부를 거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작업에서 영화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팀이다.
영화에서 보여주고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관객은 의외로 비주얼에 관대하다.
대신 소리가 안들리거나 소리의 품질이 낮을 때 몰입에 방해를 받는다.
역동적이거나 스토리가 몰입감을 갖는 장면에서 잠깐의 카메라 흔들림이나 초점이 맞지 않는
비주얼 실수가 있더라고 사운드가 생생하게 뒷받침해줄 때 관객은 용서해 준다.
하지만 중요한 씬에서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거나
적절한 사운드 효과가 따르지 않는 씬에서는 많은 관객의 불만이 이어지고 몰입이 깨진다.
사운드에서의 실수가 영화 전체의 호불호를 바꾸게 할 수도 있는 중요한 작업이니만큼
믹싱 경험이 많은 스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