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캐스팅

by 이프로

전부터 내가 영화를 찍으면 주인공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해 둔 사람이 있지. 뭐 개인적으로 나와 사귀는 관계이긴 하지만 그렇게 사적인 관계로 서로 마음이 통하니 작업할 때도 내 마음도 헤아려 줄테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금방 알아차릴 거야.


배우를 정하는 캐스팅은 영화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내가 만들어 낸 이야기 속 인물이 되어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중책을 맡는 것이다.

배우는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어 감독이 쥐고 있는 세상을 향한 마이크인 영화를 통해서

감독이 믿는, 감독이 전하는 이야기를 몸으로 나타낸다.

배우를 캐스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고 어떤 것이 다른 방법보다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상황과 형편에 맞게 최대한 연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모셔오는 것이다.


필름메이커스닷캄(filmmakers.com)은 독립영화와 단편영화감독들에게 스탭과 배우를 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사이트이다.

최종본 시나리오가 나오지는 않았어도 대강의 스토리 윤곽이 결정되었다면

일찌감치 이곳을 통해 배우를 구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좋다.

배우를 구하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으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역이나 노역, 중장년 층 등 배우층이 두텁지 않은 역할이 필요할 경우

충분히 많은 선택지가 없어서 그냥 연락이 되고 시간이 맞는 사람을 써야 하는 경우가 일어나기도 한다.

미리 배우모집 공고를 해서 다양한 후보자들의 프로필을 보고

그중에서 캐스팅을 한다면 영화의 완성도를 올릴 수 있다.


단편영화감독들이나 초보감독들이 흔하게 캐스팅을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지인이나

이전의 다른 작업에서 함께 일했던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이다.

지인을 캐스팅할 때 그 지인이 배우이거나 연기를 전공하는 경우에는 좀 수월할 수 있지만

비전공자이거나 아예 매체 연기 경험이 전혀 없다면

작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영화 작업을 가르치고 이해시키면서 촬영을 해야 하므로 시간이 더 걸리고

배우가 자기 작업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진행할 경우

제대로 된 연기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신인 배우와 작업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단편영화감독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배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캐스팅하는 것이다.

영화작업에서는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말고 배우를 캐스팅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배우인 경우 나와 마음이 맞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경험 있는 배우와 작업하는 게

뭐가 어떠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하지만 공과 사를 엄격하게 구별할 수 있는가 자문해 보기 바란다.

감독과 배우는 밀접하게, 장시간 작업하는 관계이다.

영화에서 필요로 하는 연기가 나올 때까지 감독은 가차 없이 밀어붙여야 하고

때로는 불편한 심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때 사적인 관계의 감독과 배우는 작업에 방해가 되는 감정이 생기기 쉽다.

오케이가 나올 때까지 감독은 계속해서 연기 주문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마음이 약해지는 감독이나

감정이 상하는 배우가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애인이나 가족, 친한 친구를 배우로 쓰는 일은 그래서 단편영화에서, 경험이 많지 않은 감독은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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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은 필수라고 여기는 게 좋다.

사진이나 이전 작업에서의 연기,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배우가 추려졌다면

그 배우들이 내 시나리오를 제대로 해석하고 표현해 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외모와 연기력은 갖추었지만 나와 생각의 차이가 크다면

사전에 만나서 이를 조정하거나, 아니면 내 생각을 잘 파악하는 배우와 작업하는 것이 좋다.

오디션 시기에 대본이 완성되었다면 그것으로 연기를 부탁해 봐도 좋고

아직 각본이 준비 중이라면 다른 대본으로 배우의 연기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날을 정해서 한날에 여러 배우를 다 함께 보는 편이 편리하고 정확할 수 있지만

지리적인 이유나 스케줄을 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개별적으로 혹은 비대면으로 오디션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일단 캐스팅이 완료됐으면 배우를 만나거나 연습을 하는 날은 최대한 정돈되고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서

배우에게 자기가 작업하려는 프로덕션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연출부나 제작부원 중 주요 배우 전담을 배치해서

배우가 필요한 사항이나 궁금한 일이 있을 때 어려움 없이 물을 수 있도록 하고

일정이나 촬영 중 배우의 이동에도 사전에 준비를 마쳐서

배우가 연기 외에 다른 일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경험이 있는 배우들은 초보 감독의 단편영화 작업이 얼마나 서툰지 알고 있다.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만 모든 작업에 배우를 먼저 챙기고

극진히 대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배우는 자신이 맡은 연기를 끌어내려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리허설과 연기는 배우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

주연배우들과 리허설을 하는 것도 좋고 촬영 전에 출연 배우 모두 한자리에서 인사하고

리딩을 해보면서 서로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리허설은 배우의 연기와 동선, 감정선을 확인해 보고 감독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과

주요 씬에서 배우의 모습을 카메라로 확인해 보는 등의 이유로 필요하다.

연기뿐만 아니라 촬영 등 스태프들이 해당 씬을 촬영할 때

카메라 이동이나 앵글등을 확인해 보는 테크니컬 리허설도 병행할 수 있다.


촬영에 들어가서 감독은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지 않을 확률이 많기 때문에 매씬을 시작할 때 배우에게

이번 씬에서 어떤 감정과 분위기인지 다시 한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배우의 역할은 감독이 원하는 연기를 표현해 내는 것이다.

감독은 그것을 얻을 때까지 배우에게 설명하고 요구하는 일에 망설임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어려운 감정의 씬이거나 거친 액션이 있는 씬에서 여러 번 테이크가 갔을 경우

마음이 약해질 수 있는데

오케이가 나올 때까지 스탭과 배우는 한마음으로 반복하고 최선의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배우가 격해지거나 힘든 감정에 처했을 때

감독은 적절한 휴식을 안배하는 것이 좋다.

예정된 스케줄에 맞추거나 조명 조건 등에 따라가느라 촬영을 서두르거나

휴식을 주지 못할 경우 사전에 예고를 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배우가 프로덕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의 문제나 어려움을 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배우는 기획과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그려오던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전하려는 메시지를

몸짓으로, 표정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사람이다.

배우를 극진하게 정중하게 왕처럼 대우하라.

배우 한 사람이 수십 명이 달려들어서 피땀을 뿌린 영화를 더 완벽하게 완성할 수도 있고

쫄딱 망하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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