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괜찮아 1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지 Jul 03. 2019

아줌마는 왜 모자 써요?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우리 집 언니의 새로운 기관 적응 기간이다.

연령 통합으로 운영되는 발도로프 어린이집인데, 5세 반에 오기로 했던 친구들이 갑자기 못 오게 되어 우리 아이 혼자 막내가 되었다.

첫 등원 날.
종이비행기 초대장을 들고 황금성에 간다며 신나게 들어갔다가 “아기 귀엽다.”라는 오빠의 말에 감정이 상한 우리 집 언니.
그때부터 험난한 적응이 시작되었다.
친해지고 싶은 7세 언니에게 메롱 해서 혼나고,
친해지고 싶어 하는 6세 언니 울리고,
장난치려는 오빠들에게 소리 지르고.
엄마는 멘털이 탈탈 털리고.

기관 생활을 잘했던지라 이번 적응은 좀 수월하리라 기대했는데 역시나 어린이집 적응은 늘 새롭고 힘들다.
그러고 보니 첫 어린이집 적응도 한 달이나 걸렸다.

사실 아이가 금방 적응하면 이번 주에도 친정아버지 면회를 다녀올 생각이었다. 면회 갔다가 방사선 치료받고 하원 하러 가면 될 것 같았다.
될 것 같기는 개뿔.

엄마 마음은 조급한데, 그렇다고 아이에게 빨리 적응하라고 닦달을 할 수 도 없는 상황.
대체 엄마가 어느 선에서 개입을 해야 하나 눈치만 보고 있던 틈에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근데 왜 아줌마는 모자 써요?”
“아줌마는 머리 없어요?”

어?

“어. 아줌마 머리 없어. 아줌마 머리 해파리야.”
“머리가 나고 있어서 모자 쓰고 있어.”
“아줌마 모자 되게 많아서 매일 바꿔 써.”

이게 적절한 대답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설명하기도..


이후, 아이들은 나를 “대머리 아줌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전 14화 엄마 왜 머이 해파리 됐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