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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리셀카에서 즐기는 겨울 액티비티

미지의 세계로 사라질 것 같은 아찔한 눈썰매장과 크로스컨트리 스키 체험기

by missnow

아침부터 제설차가 눈 치우는 소리에 깨서 시계를 보니 오전 7시였고 창밖은 여전히 어두웠다. 조식을 먹으러 가는 건지 저녁밥을 먹으러 가는 건지 알 수 없는 어둠 속을 뚫고 조식을 먹고 왔다. 그리고 내가 어디 있든 아랑곳하지 않고 랜선으로 나를 찾아온 일거리들을 처리하고 나니 오전 10시. 이제야 이곳의 아침이 시작됐다.

해가 짧고 작은 동네라 겨울 사리셀카에서 오전에 할 수 있는 활동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순록 썰매, 허스키 썰매, 스노모빌 등의 액티비티와 스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샵이 몇 곳이 있어 사전 예약을 하거나, 당일 예약으로 짧지만 알찬 오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밤에 오로라 투어를 하기 전까지 오전 일정이 비어 있는 상태라 이곳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이 동네 사람들처럼 스키를 타고 돌아다니고 싶어서 크로스컨트리 스키 강습을 신청했고 강습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스키장에 가보기로 했다.

사리셀카 스키장은 스키 외에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눈썰매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눈썰매장이라니.. 여기서 밖에 못 해볼 체험이라고 생각해 숙소 앞에서 스키 버스를 탔다. 내가 있던 숙소도 꽤 높다고 생각했는데 스키 버스는 점점 더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시작했고 나무조차 보이지 않는 하얀 언덕 위에 나를 내려주었다. 내리자마자 나는 내 눈에 비친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주변은 눈.. 오로지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의 하얀빛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내가 작은 티끌같이 느껴졌다. 버스는 스키장 정상에 우리를 내려주고 홀연히 다시 언덕 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마치 다른 세상에 내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나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디딘 탐험가처럼 이곳을 탐험했다.

스키장 정상에는 레스토랑과 기념품 샵이 있었고 무심히 스키 리프트가 움직이고 있었다. 고소공포증도 없고 평소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좋아하는 편인 나지만 눈썰매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세계 두 번째로 긴 눈썰매장이란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던 건지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은 내리막길이었다.

썰매를 타고 저 언덕을 내려갔다간 이 세상에서 한순간에 사라질 것 같아서 나는 용감하게 썰매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고맙게도 시간 맞춰 다시 와준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스키를 타지 못해도, 썰매를 탈 용기가 없더라도 사리셀카 스키장에 가보는 건 추천한다. 눈의 하얀빛에 압도당하는,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액티비티 샵에서 내 발에 맞는 스키 부츠와 키에 맞는 스틱을 고르고 샵 옆에 있는 공터로 갔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1일 강습을 받으러 온 사람은 나를 포함해 8명 정도였고 인종도 연령대도 다양했다. 나처럼 혼자 강습을 받으러 온 사람도 보였다.

강사님은 친절하게 스키에 부츠를 끼우는 법부터 스키를 내딛는 법,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까지 차근차근 천천히 알려주었다. 마치 걸음마를 속성으로 배우는 아이처럼 우리는 스키를 신고 서툰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나가는 게 아니라 스틱으로 억지로 땅을 짚고 내 몸을 잡아당겨 나가는 느낌이라 팔과 허벅지가 너무 아팠다.

한 시간 정도를 공터를 빙글빙글 돌며 엄마 오리를 따라가는 새끼 오리처럼 강사님 뒤를 따라 스키를 타다 걷는 게 조금 익숙해지자 공터를 벗어나 산책로에 갔다. 사리셀카 길 주변에는 자전거 도로처럼 크로스컨트리 스키 트랙이 잘 갖춰져 있었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듯이 여기 사람들에게 스키는 스포츠라기보다 이동수단인 것 같았다. 산책로의 크로스컨트리 트랙에서 스키를 탔다. 공터에서 연습했던 것과는 달리 언덕길과 오르막이 있어 앞으로 나가는 게 더욱더 쉽지 않았고 내리막길에서는 으악 하고 비명이 날 만큼 가속이 붙었다. 결국, 나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 넘어졌다.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면 뒤집힌 거북이 마냥 종일 버둥거릴 뻔했다)

스키를 타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신기하게 이곳은 노을이 지지 않고 하늘이 보랏빛으로 변했다.

산책로 일주를 끝으로 스키 강습은 끝났고 남은 시간은 자유 시간이었다. 렌털을 할 때 강습비+스키 1일 렌탈비가 포함되어 있었기에 더 스키를 탈 사람은 타고, 그만 탈 사람은 강사님을 따라 다시 샵으로 돌아갔다.

나는 걸어본 적 없는 걸음으로 보랏빛 세상을 향해 계속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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