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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리 Oct 12. 2021

고양이와 고슴도치

첫 번째 창작 동화


    꼬리 털이 잔뜩 엉킨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울고 있었어요. 고양이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털을 빗어보려 했지만 꼬리에 상처만 남길뿐이었어요. 고양이는 물 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엉엉 울었답니다.



 


   그때 수풀 사이에서 솔방울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왔어요.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는 앞 발로 톡 -


    솔방울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아야, 어지러워. 그만 해!"


     솔방울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까만 코가 불쑥, 작은 네 발이 꼼지락, 분홍빛 배가 휑하니 드러났어요. 앗! 솔방울이 아니라 고슴도치였나 봐요.


    "고슴도치야, 네 가시가 이상해. 밤송이처럼 뾰족뾰족하지 않고 솔방울처럼 뭉뚝하게 생겼어." 고양이가 궁금함을 못 견디고 말했어요.


    "네 꼬리 털은 마른 솔잎처럼 잔뜩 엉켜있는 걸?" 고슴도치는 화가 나서 고양이에게 심술을 부렸어요.


    고양이와 고슴도치는 티격태격 싸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고슴도치의 뭉뚝한 가시가 고양이의 잔뜩 엉킨 꼬리털에 끼이고 말았어요. 고슴도치가 이리저리 발버둥을 치고, 고양이가 꼬리를 힘차게 흔들었어요. 하지만 고양이의 털에 깊숙이 박힌 고슴도치의 가시는 옴짝달싹하지 않았답니다.




    고슴도치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어요.


    "난 내 둥근 가시가 마음에 들지 않아. 뾰족뾰족하지 않아서 무서운 동물로부터 날 지킬 수가 없는 걸. 잡아먹히는 게 무서워서 제대로 잠도 못 자. 아까도 간신히 잠든 거였단 말이야."





    고양이가 구슬픈 목소리로 말했어요.


     "난 내 꼬리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잔뜩 엉킨 털이 철조망에 걸리는 바람에 형제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는 걸. 혀로 핥아도 보고, 발톱으로 빗어도 봤지만 더욱 엉킬 뿐이야."


    그때 고슴도치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내가 풀잎을 꽉 잡고 있을 테니, 너는 꼬리를 힘차게 위로 올리도록 해."


    "좋은 생각이야!" 고양이가 말했어요.


    "하나, 둘, 셋!" 고슴도치의 구령에 맞춰 고양이가 힘차게 꼬리를 올렸어요. 그러자 단단히 엉켜있던 고양이의 꼬리 털이 스르륵 풀리면서 고슴도치의 가시가 풀려났어요. 고양이와 고슴도치는 서로를 마주 보고 크게 웃었어요.








    고슴도치가 등에 난 둥근 가시 몇 가닥을 뽑아 바닥에 가지런히 내려놓았어요. 그리고 새끼 고양이의 꼬리털도 몇 가닥 모아 한 올 한 올 정성스레 엮었어요. 고슴도치는 고양이의 털을 이용해 작은 나뭇가지에 고슴도치의 가시를 단단히 고정시켰어요. 고양이는 고슴도치 옆에 앉아 고슴도치를 가만히 지켜보았어요.









 자, 내 둥근 가시를 모아 엮은 가시 송이야.
내가 네 꼬리털을 아프지 않게 빗어 줄게.
고슴도치가 말했어요.





    고슴도치가 빗으로 고양이의 잔뜩 엉킨 꼬리 털을 빗었어요. 그러자 엉킨 실타래 같았던 고양이의 꼬리털이 비단결처럼 고와졌어요. 고양이는 윤기가 흐르는 털을 되찾아 뛸 듯이 기뻤어요.


    그 이후로 고양이는 고슴도치가 무사히 잘 수 있도록 뾰족한 발톱을 세우고 고슴도치 주변을 지켰어요. 고슴도치는 매일 밤 고양이의 엉킨 털을 빗겨주며 하루를 마무리했어요.


    고양이와 고슴도치는 서로를 위하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답니다.






그림. 리아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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