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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씨바 Mar 20. 2024

[히든트랙] 난 이해할 수 없었네 by 천용성

가득한 여운으로, 나도 모르게 다시 한번 재생버튼을 누르게 되는

* 각각의 글로 올리고, 20개가 채워지면 브런치북으로 발행했던 히든트랙을, 보다 꾸준하게 쓰고, 내기 위하여 매주 수요일 발행하는 연재 형태의 브런치북으로 바꿔보려 합니다. 그렇기에, 부득이하게 최근 몇 주간 따로따로 올렸던 너댓개의 히든트랙 각각의 글을  앞으로 몇주간 순서대로 올릴 예정입니다. 이전 발행했던 개별 글들에 라이크 및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소극장 공연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 대부분이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지 않고 소극장 위주로 공연을 하는 가수들이었기에, 어렸을 때부터 소극장 공연을 참 많이 다녔던 것 같다.


그중 <아침이슬>의 김민기 님께서 운영하시던 대학로 <학전>은 내 단골 방문 소극장 중 하나였다.  


박학기, 낯선 사람들, 이소라, 조규찬, 동물원, 김광석, 여행스케치...

학전에 가면 만날 수 있었던 최고의 뮤지션들의 최고의 공연,

거의 30여 년이 지났는데도 그때의 그 감동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학전 소극장이 재정난, 그리고 김민기 님의 건강 때문에 곧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학전을 아끼는 뮤지션, 그리고 배우들이 한마음으로 학전을 살리기 위해 학전 어게인 등의 공연, 그리고 이외의 온갖 방법을 찾았고,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폐관이 아닌 다른 방법이 찾아질 수도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선후배뮤지션들이 폐관을 막기 위해 한 마음으로 뭉친 만큼,

학전 소극장이 우리 곁에 더 오래 남아있기를,

그래서 훌륭한 공연들로 들려줘온 감동을 더 오래, 더 멀리 남기기를 바라본다.



난 이해할 수 없었네(Feat. 곽푸른하늘) by 천용성

https://youtu.be/8ALHIZAta7s


[Credit]

작사: 천용성

작곡: 천용성

편곡: 천용성, 단편선


2019년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천용성 님의 정규 1집에 실린 곡이다.

언젠가 이곳을 통해, 다른 곡으로 소개를 또 하지 싶은 곽푸른하늘 님이 보컬로 참여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악기 하나 없이 오롯이 기타 하나로만 들려주는 쓸쓸한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곽푸른하늘의 덤덤한 보컬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노래...


"1곡 자동재생"으로 세팅해 놓고 종일 이 곡만 무한히 들어도 좋을 곡인데,

이상하게도 이 곡은 한 번씩, 한 번씩 다시 플레이를 누르고, 곡이 끝나면 다시 플레이를 누르고, 따로따로 여러 번 틀어서 듣게 된다.  


마치 소극장에서 들었던 그 곡들처럼,

곡이 끝나도 여운이 가득한 곡,

그 사라지지 않는 여운으로 다시 한번 플레이를 조심스레 누르게 되는 그런 곡,

이 곡이 참 좋다.   


[가사]

눈을 뜨면 두드리는

희게 찬 얼굴 아침을 불며

왜 문을 늦게 열었냐고

먼저 잔 건 아니냐고

이불 속으로 쏙 들어오던 넌


눈을 뜨면 배고프다

맛있는 투정 내 귈 깨물으며

라면은 이젠 질렸다고

피잔 어제 먹었다고

답답한 마음 짜증 부리던 넌


가끔은 나를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을 했었지만

가끔씩 가끔씩 사랑한단 걸

난 이해할 수 없었네


눈을 뜨면 이젠 없는

너를 보려 가끔 눈물을 감아

정말로 사랑하고 싶다

그런 사랑하고 싶다

아직 진짜 사랑 못해봤단 넌


가끔은 나를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을 했었지만

가끔씩 가끔씩 사랑한단 걸

난 이해할 수 없었네


가끔은 나를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을 했었지만

가끔씩 가끔씩 사랑한단 걸

난 이해할 수 없었네

난 이해할 수 없었네

난 이해할 수 없었네



* 이 곡을 만든 가수 천용성님의 블로그에서 이 곡의  작업일지를 찾아서, 같이 올려본다.

https://blog.naver.com/000yongsung/223105528665

10시에 일어났다. 샤워하러 나섰다가 보일러만 켜놓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15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이불 속에 웅크려 있었다. 다시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스타벅스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히비스커스 티를 사서 녹음실로 갔다. 집에서 수정한 프로툴 세션을 컴퓨터로 옮겼다. 〈김일성이 죽던 해〉 세션을 만들고 클릭을 조정하려던 때, 단편선씨가 도착했다.


단편선씨는 클래식 기타를 들고 〈난 이해할 수 없었네〉를 연습했다. 며칠 전 연주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중간중간 멈칫하는 부분이 있었다. 연습을 하며 템포는 어떻게 할지, 녹음은 어떻게 할지를 상의했다. 단편선씨는 보컬과 함께 원테이크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기타와 보컬을 서로 다른 부스에서 녹음 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A룸에서 같이 녹음하는 것으로 준비했다. U87은 보컬에, C414와 DPA4011은 기타에 설치했다. 414와, 4011 중 어떤 마이크가 좋을지 몰라서 두 개 다 받기로 했다. U87은 P2 프리앰프를, 나머지 마이크에는 9098을 사용했다.


곽푸른하늘씨는 은색 티볼리를 타고 왔다. 무척 멋있었다. 신고 있던 하얀 에어맥스도 예뻤다.


기타와 보컬을 따로 녹음하기로 했다. 원테이크로 가다간 녹음이 매우 길어질 것 같았다. 단편선씨가 먼저 기타를 들고 부스에 들어갔다. 푸른하늘씨가 컨트롤룸에서 가이드 보컬을 불렀다. 템포는 없이. 총 다섯 번 정도 나눠서 녹음했다. 중간중간에 박자가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 듣기에는 어색하지 않았는데, 노래 부를 때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 단편선씨는 "'곽푸' 잘 할 수 있지?"하고 넘어갔다. 후렴 부분이 느려지는 감이 있었지만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편선씨 말대로, '곽푸'는 정말 잘했다. 두 테이크 만에 녹음을 끝냈다. 펀치 없이. 단편선씨는 첫 테이크도 매우 좋아했다. 남기는 걸 안 좋아하는 성격인 단편선씨가 첫 테이크도 지우지 말고 남기자고 말했다. 푸른하늘씨가 노래하는 내내 단편선씨는 "정말 잘한다"며 끊임없이 칭찬했다. 단편선씨는 푸른하늘씨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렸다. 힙한 것만 좋아하는 '모임별'이 좋아요를 눌렀다고 좋아했다. "다 됐다으니까 나오세요"하는 말에 푸른하늘씨가 살짝 놀라 했다. 코러스를 한 트랙 더 녹음하고, 전에 녹음해둔 노래를 셋이 같이 들어봤다.

녹음 전 쉬는 시간에 푸른하늘씨가 기타를 잠깐 연주했다. 엄청난 실력이었다. 〈김일성이 죽던 해〉의 기타를 쳐보지 않겠느냐며 은근슬쩍 제의해봤다. 앞으로는 함춘호씨를 '남자 곽푸른하늘'이라고 불러야겠다.

[출처] 〈난 이해할 수 없었네(feat.곽푸른하늘)〉 녹음|작성자 deepblue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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