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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Apr 19. 2024

네 인생을 꾸려갈 힘은 너에게 있다.

너의 인생에 따뜻한 온기를 줄 수 있기를..

고속도로에도 지하철에도 순환시스템이 있는 곳이 있다. 도돌이표처럼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곳. 우스개 소리로 잠들었다 계속 깰 때마다 같은 역에서 문이 열렸다는 에피소드도 있지 않은가.


인생은 죽음으로 가는 달리기인 동시에 순환 열차 같다. 다음날 아침이 되면 요일만 달라질 뿐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는 나와 같은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나는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나가지 않아도 큰 불편이 없다. 각종 물품들은 문 앞 배송이 가능하며, 아이들은 스스로 학교를 다녀올 만큼 성장하였다. 유튜브라는 매체는 우리 집 안방을 헬스장, 영화관으로 만들어 주며 나의 요리, 컴퓨터 선생님의 역할을 해준다.


어제 학부모 회의에 갔다가 동네 주민을 만났다. "어머 그런데 어쩜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요"라고 말씀하시는 그분께 "집에만 있어서 그래요"라고 답했다. 그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하다. 나(주장)는 극 i 형 인간이라 병원 예약 외에는 늘 집이다.


인생의 순환선 속에 달라지는 점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 뿐이다. 그들의 인생은 스펙터클 하며 매일매일 새로운 에피소드와 싸울 거리들이 생긴다. 하루라도 안 싸웠으면 좋겠다는 게 엄마의 마음이지만 그렇다면 글감이 사라지겠지..


아이들의 성장 속도에 유독 못 미치는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학습성장이다.

초2 쌍둥이들이야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마음이 여유 있기는 하나 (받아쓰기 20점 맞아올 땐 아님..) 5학년 첫째가 매우 걱정스럽다. 영어 단어 하나 익히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다그치게 되고 관계가 어긋나게 된다.


어젯밤처럼 은근슬쩍 숙제를 안 하고 넘어가려고 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모두가 지친 밤 10시에야 숙제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폭풍처럼 쏟아놓는 잔소리. 글자 하나하나 지적을 받으며 고치고 또 고치며 1시간에 걸려 숙제를 해냈다.

아이는 더디게 자라게 태어났고, 엄밀히 따지자면 그렇게 낳아준 것이다. 5학년 기준에 한참을 못 미치는 아이에게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표현은 분노와 짜증이 되니 미안할 따름이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아이와의 어젯밤 일을 생각해 본다. 조금 늦게 출발하는 기차지만 아이는 열차 속에 탔다. 아이는 어디로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바닥에서는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저 시간이 필요할 뿐 12년 남짓 살아온 아이에게 불안과 걱정 만이 가득한 42살의 시간을 적용하니 조급해진 것이다.


아이의 탓이겠는가 그저 내 탓일 뿐 피그말리온 효과를 믿는다고 하면서 가장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이가 가장 신뢰하는 존재인 '엄마'라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후회와 미안함이 몰려온다.


마흔이 넘은 나도 성장과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아이에게는 그 넓은 시선을 적용하지 못함은 내 인생이 아니라 너의 인생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이들은 그들의 인생을 잘 꾸려나갈 힘이 있다. 그것은 날 때 가지고 태어나나 주변의 사랑과 응원, 온기를 먹고 자란다. 오늘도 그들의 정원에 물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 이전에 내 인생을 잘 꾸려나가기 위해 계속 쓰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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