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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Apr 18. 2024

호르몬 거 너무한 거 아니요?

아이들의 목소리가 2배로 들린다. 나의 귀가 피곤하다. 그러니까 그만 성질내라고! 아이들에게 한바탕 소리를 지르고 난 후에 워치에 알람이 뜬다. '생리 2일 전입니다.'


애플 워치를 100만 원짜리 시계로 쓴다는 기사가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물론 갤럭시 워치지만) 한 가지 정말 유용한 기능이 있으니 바로 '생리체크' 부분이다. 


어쩜 그렇게 기가 막히게 내 몸을 아는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 그의 알람. 덕분에 나는 미리 예비할 수 있게 되었다.


생리 전 증후군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두통, 가슴통증, 불면증, 식욕증진 혹은 식욕저하, 우울감, 여드름 등등 다양한 증상을 가지고 있기에 콕 찍어 어떤 것이 생리 전 증후군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출산 전 나의 가장 주된 증상은 식욕증진이었다. 기름진 음식이 먹고 싶어 지는 것이 제일 불편한 점이었다. 

출산 후에는 식욕증진에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가 귀에 크게 들린다는 점이다. 

응?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렇다. 원래 청각이 좀 예민한 편인데 아이들의 소리가 귀에 꽂히듯이 들리면서 귀가 아프면 바로 그때가 생리 전이다.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아주 작디작은 양을 분비하지만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너무 크다. 내가 먹는 정신과 약도 호르몬 아닌가. 내 기분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호르몬이라는 녀석. 살찌고 싶지 않은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식욕이라는 부작용을 부르는 호르몬이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호르몬이라는 것 뒤에 숨어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살이 찔 수밖에 없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어. 몸은 나의 의지가 얼마나 약한지 확인해 주는 존재이다.  


생리 알림이 온 후 식사를 하는데 또 귀가 너무 피곤해졌다. 아이들에게 외쳤다. "엄마가 너희들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날이야. 여자들은 그런 날이 있어 그러니까 너희가 배려해 줘야 해" 뜬금 엄마의 배려강요에 어리둥절한 것 같은 아이들이었지만 남자들 아닌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그들은 "엄마~~"하며 복화술을 쓰기 시작했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말려도 계속된 그들의 복화술..

빵 터져버린 웃음에 식탁에서 한바탕 웃음 잔치를 벌였다. 


엄마가 너희들에게 뭘 바라겠니... 나중에 돈 벌어서 엄마 맛있는 거나 사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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