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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Apr 16. 2024

그리움은 가슴에 드리워진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의료 사고였다. 아주 건강하셨던 우리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것은.


할머니는 아주 건강하셨다. 35년생으로 손녀인 나와 띠동갑이셨던 우리 외할머니. 80이 넘으셨어도 버스를 타고 전라도를 오가시며 고구마밭 일꾼들에게 식사를 만들어 주실정도로 정정하셨던 분.

그 누구도 할머니가 90세 이전에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고생으로 온몸이 편찮으셨던 할머니는 늘 물리치료실에 다니셨다. 새로 생긴 치료실에서 서비스라고 도수치료를 안 해줬더라면, 빨리 가족들에게 알려주었다면, 큰 병원에 진작 갔다면 할머니는 돌아가셨을 리가 없다.


갑작스러운 이별은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7살 10살이었던 증손자들을 봐주셨던 할머니, 약속이 있으면 나가라고 등 떠밀어 주시며 식사며 놀이를 함께 해주셨던 내리사랑을 받고 자란 우리 아이들.

병원에 찾아갔을 때 "할머니 큰 병원 가서 수술받고 나아서 올게!"라고  하셨던 것이 마지막이었을 줄은 누구도 몰랐기에, 그 후로 갑작스레 엄마 아빠가 사라질까 봐 잠도 자지 못하고 두려워했다.


이렇게 금방 이별이 올 줄 알았다면 아이들과 더 자주 할머니를 뵈러 갔어야 했는데, 3분 거리 집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를 외롭게 했었던 그날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온다.

그 그리움은 내 가슴속에 평생 드리워져 있을 것이다.


그날은 첫째와 구역예배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아직도 생생한 그날의 공기

 100일을 갓 넘겼던 아이는 5학년이 되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그날.

생을 다하신 할머니와의 이별도 이렇게 그리운 마음인데, 생떼같은 자식들을 앞세운 부모님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나의 미천한 글솜씨가 누가 되지 않을까 두려웠지만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분들에게 위로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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