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86 댓글 27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가족들과 이성(異性, 二姓)입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by 마음 써 봄 Jan 11. 2024

김 씨들 가운데 홀로 박 씨로 살고 있습니다. 

남자들 가운데 홀로 고고한 홍일점으로 살고 있습니다. 

출산을 하면 아름다운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집에서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이불을 덮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매만져 주며 "학교 갈 시간이야"를 말할 줄 알았습니다. 



"아침이야 일어나!"

남자들은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스쳐가는 바람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고 했었나요?

목석처럼 꿈쩍없이 누워있는 아이의 엉덩이를 세게 한대치고 

고함을 친다. 

"일어나라고!!!!!!"


"탁"

화장실 불 켜는 소리가 들린다. 

"솨~~ 후드드드"


후드드드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고함도 동시에 나온다. 

"튀기지 말라고!"


이미 늦었다.

한 명도 아니고 세명... 그들의 방문 도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한 체취를 남긴다. 


나는 숭고한 크리스천이지만 화장실 안에서 고무장갑을 낄 때면 

"아이고 내 팔자야"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절충안으로 "앉아 싸"를 제시했으나 협상 결렬. 

남자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그들의 강인한 의지에 내가 굴복했다.

자가로 이사가 소변기 설치하는 그날을 꿈꾼다. 



내게는 없는 테스토스테론을 강제 주입하는듯한 세 아들의 텐션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종이인형을 오려 놀던 나에게 아들들의 놀이는 역동적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들의 텐션은 나를 다른 의미에서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만 꺼내라고!!"

아침부터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덕분에 득음을 하는 효과를 얻었다. 




우아한 엄마를 꿈꿨으나, 이번 생엔 글렀다. 




이전 01화 어쩌다, 아들 셋 (프롤로그)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