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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Jan 18. 2024

엄마는 계모야!

세상 가장 억울한 엄마의 이야기 

"엄마는 계모야!"

"엄마는 날 싫어해!"

"엄마는 우리 공부시키려고 낳았지?"


또 레퍼토리가 시작되었다.

아파트에서 가장 큰소리가 나는 집은 우리 집이다.

아침저녁으로 내뱉는 나의 복식호흡에, 경찰 신고가 아직 안 들어간 것 보면 이웃분들은 참  너그러우신 분들임이 분명하다.


"어 맞아 나 계모야, 너는 좋겠네 계모랑 사는 거 동화에 나오는 거 아냐? 학교 가서 자랑해 나 계모랑 산다고"


어르고 달래서 공부하자라고 안 해봤겠는가, 그들은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옥신 각신 하다 보면 결국 유치한 말싸움으로 끝나고 만다. 


어린이집 교사를 10년 하고 아이를 낳을 때  참 멋들어지게 육아를 하리라 생각했었다.

어릴 때는 애착이 중요하니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주고, 그런데 개뿔! 현실 육아는 환상과는 달랐다.


조리원에서 친정집으로 돌아와 밤새도록 수유하고, 우는 애 달래느라 한숨도 못 자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이러다 사람 죽겠는데?'였다.

그러고 나서 둘째 셋째 쌍둥이 낳은 거 보면.. 죽진 않은 건 분명하다.


아이들이 아는 가장 심한 말은 '계모'라는 말이다. 그래서 무슨 일만 있으면 엄마는 계모가 분명하다고 한다.

동화 속 계모는 일을 시키지만 현실 계모는 공부를 시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엄마표 학습을 하다 보면 친자 확인이 된다는데, 그 누구보다 공부를 시키는 게 젤로 싫은 사람은 나라는 걸 아이들은 아는지.. 


우리 애들이 다니는 학원은 딱 한 군데 주짓수&킥복싱 학원이다. 하루 30분 남짓하는 태블릿 학습이 싫어서 저렇게 계모타령을 하며 소리를 지를 일인가. 

공부시키려고 낳았다는 말은 세상에 제일 억울하다. 양심이 있으면 하루 30분 공부는 해야지.


하기 싫으면 때려치워! 까지 나오고 나서 태블릿을 뺏으면 빼앗기지 않겠다며 쟁탈전이 벌어진다.

그럼 어쩌라고, 하든지 때려치우던지! 그날도 울며 공부하는 것으로 마무리.


오늘의 학습이 끝나고 나면,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오는 그들이 느껴진다.

"계모한테 왜 왔어?, 친엄마 찾아 가렴"

"엄마 미안해. 나는 엄마 닮았잖아 엄마는 우리 엄마가 맞아, 계모 절대 아니야."


은근히 다가오는 그들의 사과를 받아주고 안아주면 상황 끝!인 줄 알면 경기도 오산이다.

그날의 계모 타령은 2,3번 더해야 끝나고,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난다.



3형제 엄마의 하루는 총성 없는 전쟁터 그 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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