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 써 봄 Jan 11. 2024

가족들과 이성(異性, 二姓)입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김 씨들 가운데 홀로 박 씨로 살고 있습니다. 

남자들 가운데 홀로 고고한 홍일점으로 살고 있습니다. 

출산을 하면 아름다운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집에서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이불을 덮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매만져 주며 "학교 갈 시간이야"를 말할 줄 알았습니다. 



"아침이야 일어나!"

남자들은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스쳐가는 바람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고 했었나요?

목석처럼 꿈쩍없이 누워있는 아이의 엉덩이를 세게 한대치고 

고함을 친다. 

"일어나라고!!!!!!"


"탁"

화장실 불 켜는 소리가 들린다. 

"솨~~ 후드드드"


후드드드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고함도 동시에 나온다. 

"튀기지 말라고!"


이미 늦었다.

한 명도 아니고 세명... 그들의 방문 도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한 체취를 남긴다. 


나는 숭고한 크리스천이지만 화장실 안에서 고무장갑을 낄 때면 

"아이고 내 팔자야"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절충안으로 "앉아 싸"를 제시했으나 협상 결렬. 

남자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그들의 강인한 의지에 내가 굴복했다.

자가로 이사가 소변기 설치하는 그날을 꿈꾼다. 



내게는 없는 테스토스테론을 강제 주입하는듯한 세 아들의 텐션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종이인형을 오려 놀던 나에게 아들들의 놀이는 역동적이다. 


그들의 텐션은 나를 다른 의미에서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만 꺼내라고!!"

아침부터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덕분에 득음을 하는 효과를 얻었다. 




우아한 엄마를 꿈꿨으나, 이번 생엔 글렀다. 




이전 01화 어쩌다, 아들 셋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