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나도 여자거든!
남편에게 "나를 동물로 생각한다면 어떤 동물이 어울려?"라고 물었다.
뒤에 있던 막내가 반사적으로 "호랑이"라고 답해서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사람이 뭘 물으면 생각을 좀 하고 대답을 하란 말이야"라는 나의 말에
"수컷"이라는 답에 2차로 웃음이 터졌다.
"엄마는 수컷 아빠는 암컷" 3차로 웃음바다가 되었다.
암컷도 아닌 수컷이라니...
충격도 그런 충격이 없다.
호랑이가 맞다. 다정하고 사랑 많은 엄마가 아니라 호랑이처럼 포효하는 엄마랑 사는 우리 아이들.
남들에게는 다정한 엄마가 되어 주라고 교육하고는 정작 집에서는 호랑이 엄마가 된 아이러니.
아들은 엄마처럼 하는 여자가 싫으면서도 익숙한 것에 사랑을 느껴서 엄마 같은 여자랑 결혼을 한다나. 그 책을 읽었을 때 머리가 쭈뼛했다.
나 같은 여자랑 결혼한다면 애들도 불쌍하고, 손자들도 불쌍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내 문제 일까? 네 문제일까? 모두의 문제일까?
아마도 내가 수컷호랑이가 된 이유는 불안함 일 것이다. 허허벌판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불안감. 우리 가족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깜깜한 야생 속에서 무리를 이끌어 가야 한다는 의무감.
아이들은 이해 못 할 그것들이 나를 수컷호랑이로 만들었을 것이다. 일어나지 않을 불행들을 예상하며 나의 겁 많음을 감추고 싶어 약자들에게 보였을 나의 이빨.
미안하고 속상함 한 편의 서운함으로 얼룩진 일요일을 마무리하며 월요일에는 수컷 호랑이 말고 암컷 호랑이가 되고 싶다.
다음 주에 다시 물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