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비, 10대와 생태적 삶을 노래하다
不敢傍高柳(불감방고류) 감히 높은 버들 곁에 가지 못함은
恐驚枝上蟬(공경지상선) 그 가지 위 매미를 놀래킬까 봐
莫敎移別樹(막교이별수) 다른 나무로 옮겨 가게 하지 마라
好聽一聲全(호청일성전) 한 곡조 끝까지 듣고 싶단다
輕蛻草間遺(경태초간유) 가벼운 허물은 풀 위에 벗어 두고
淸吟枝上嘒(청음지상혜) 맑은 노래는 가지 사이에 가냘프구나
聆音不見刑(령음불견형) 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네
綠葉深深翳(녹엽심심예) 푸른 잎에 깊이깊이 가려 있어서
-이규보(李奎報, 1168-1241), <원중문선(園中聞蟬)>
이번 시간에는 이규보의 한시 <동산에서 매미 소리를 듣다>를 함께 학습해 보고자 합니다. 가을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무더위는 지나갔지만 습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틈날 때마다 걷기를 좋아합니다. 사무실에서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체질적으로 맞지 않기도 하고 제가 살고 있는 진해는 자연경관이 뛰어나고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 산이 있어 자주 산책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소하천의 물소리, 풀, 나무, 벌레 등을 자주 볼 수 있고 이들의 소리도 자주 듣게 됩니다. 가을철은 특히 귀뚜라미 소리가 고요한 저녁과 새벽 시간을 밝혀주기도 합니다.
이규보는 매미가 놀랄까봐 차마 버드나무 곁에 가지 못하고 비켜서고 멈춰서서 이들의 생명 활동을 가만히 지켜보며 엿듣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처럼 잠시 멈추고 내가 아닌 다른 생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애벌레에서 매미로 모습을 바꾼 후 일주일을 노래하다 나무에 붙은 채 자신의 껍데기만 남기고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숙연한 마음을 지님과 동시에 우리 인간은 불필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소유하려고 욕심내고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건 않는지 반성해 보게 됩니다.
생명 사상가이자 원주 생활협동조합을 창시한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은 탁주 한잔을 하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논두렁 길에 풀벌레 소리를 듣고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성찰하고 부끄러워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삶을 살아오신 분이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했다는 것은 왜일까요?
우리는 숲을 지나다 혹은 길을 지나다가 귀뚜라미 소리, 매미 소리, 새 울음소리, 꽃이 나를 보고 웃어 주는 모습을 보고 듣고는 스스로의 삶을 잘 성찰하지 않습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그저 보기 좋고 듣기 좋거나 듣기 거슬린다는 느낌을 가질 뿐이지요.
옛 선현들은 솔개가 하늘을 가로지고 물고기가 흥에 겨워 펄쩍 뛰어오르는[연비어략(鳶飛魚躍)] 모습에서 자연에 대한 경이와 경탄을 했다고 합니다. 자연 혹은 생명은 자신의 주어진 삶과 환경에 만족할 줄 알고 생을 누리고자 자신의 최선을 다하며 삶에 대한 충만함과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어떤지요? 저 자신의 생활 모습과 평소의 생각, 타인과 타자(생명, 자연, 무생물 등)를 바라보는 시선을 돌아보면 생명을 구가하고자 하는 역동성과 삶의 충실성 면에서 새, 풀벌레, 동식물에게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풀벌레 소리, 새울음 소리, 꽃이 피는 소리는 자연의 주파수로서 우리 인간의 심신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음역대인 면에서 인간 또한 자연의 한 구성원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뜻한 바를 펼치지 못해 오는 스트레스와 우울감, 좌절감 등을 오늘부터 숲속 길이나 근처 산책로를 걸으면서 자연의 교향곡을 오감으로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일을 자주 해본다면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고 숨쉬며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0대 생각
· 자연의 소리를 자주 접하면 나의 마음과 생활이 더 깨끗해질 거 같다. 땅을 걸어갈 때 작은 생물이지만 밟지 않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고 주변 동생들이 식물을 꺾으려고 할 때마다 그러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괜히 내가 뿌듯해진다.
· 매미는 시끄럽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이 글을 읽고 매미가 시끄럽게 느껴지지는 읺았다.
· 도시에 있을 때보다 자연에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한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개미가 발에 밟힐까봐 땅을 보고 걸었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개미를 밟지 않고 하나의 생멸을 살리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 자연의 소리를 자주 접하면 정신도 맑아지고 불필요한 생각이 날라가서 일상 생활이 더 편해질 것 같다. 예전에 엄마 길고양이 1마리와 새끼 길고양이 5마리를 봤는데 너무 배고파 보여서 일주일에 2~3번씩 밥을 챙겨줬다. 그때 고양이들이 잘 먹으니까 너무 기분이 좋았다.
· 평소에 매미가 울면 시끄러워서 좀 예민했었는데 일주일밖에 못 산다는 것을 알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연의 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개미집이 돌멩이로 막혀있는 것을 보고 빼주었다. 여러 개미 가족이 나의 배려 덕분에 이들이 다시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 시인이 매미가 내 위 바로 그 나무에 있는 것 같은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잘 표현했다고 느꼈다. 일상에서 자연을 자주 접하면 마음이 맑은 느낌이 들것 같다 기분도 저절로 좋아지고 매일 웃는 얼굴로 생활할 것 같다.
·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리를 들려주는 작은 생명들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그 곤충들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기 때문에 조심히 소중하게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 자연의 소리를 자주 접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짜증 나는 일 없이 모든 일이 차분하고 빠르게 잘 풀릴 것 같다. 그리고 온라인 기기를 자주 접하지 않게 되면서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 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은 친구에게 하나밖에 없던 물건을 양보해 준 것이다. 양보했을 때 스스로 뿌듯함이 들었다.
· 복잡한 차 소리나 시끄러운 잡소리 등이 안 들리니 내가 아닌 다른 생명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 같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 나뭇잎을 뜯을 때가 많았는데 나는 풀을 뜯지 말라고 하였고 그때 나의 마음은 식물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는 게 줄어들었다. 산에 올라가 놀고 주말에 물 있는 계곡도 가곤 했었다. 여태껏 잊고 지냈던 일을 생각하게 해주어 감사하다.
· 시끄럽다고 생각했던 게 듣기 좋은 소리로 들릴것 같다. 예전에 친구가 앞에 서게 해달라고 했었는데 배려해주고 나니까 왠지 기분이 좋았다.
♣ 나를 돌아보는 물음
1. 자연의 소리(매미 소리, 새소리, 계곡물 소리, 폭포 소리 등)를 자주 접하면 여러분의 마음과 생활에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까요?
2. 작은 생명이지만 이들을 방해하지 않고 배려하는 마음은 우리 시대에 더욱 절실히 요구됩니다. 동식물, 다른 사람 등 나와 다른 생명을 배려한 경험과 그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적어보세요.